[기고] 네팔 빙하 붕괴가 보내는 경고
김성근 신라대 기업경영학과 교수 (사)ESG시민운동본부 이사장
지구에는 수많은 산악빙하가 존재한다. 유네스코(UNESCO)에 따르면 전 세계 빙하는 약 27만 5000개, 총면적은 약 70㎢에 달하며, 20억 명 이상이 빙하와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에 의존해 살아간다. 빙하는 단순한 얼음덩어리가 아니다. 인류에게 수자원을 공급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며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거대한 자연자산이다.
그러나 이 얼음의 세계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모든 빙하가 당장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빙하 후퇴가 진행되고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네스코와 세계기상기구(WMO)는 빙하 질량의 급격한 감소가 가져올 위험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그 위험을 보여주는 일이 최근 네팔 히말라야에서 발생했다. 랑탕 리룽 인근의 빙하와 암석이 붕괴하면서 대규모 토석류와 돌발 홍수로 이어져 인명피해와 함께 하류 마을과 도로, 교량 등 기반시설에 큰 피해를 입혔다. 정확한 원인 조사가 필요한 만큼 이를 기후변화만의 결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다만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줄고 고산지대 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복합재난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빙하는 겨울 동안 물을 저장했다가 따뜻한 계절에 내보내는 거대한 ‘자연 저수지’다. 빙하가 지나치게 줄어들면 식수와 농업용수 부족은 물론 생태계와 수력발전에도 영향을 준다. 녹아내린 빙하는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고산지역에서는 빙하호 붕괴 홍수와 산사태 같은 재난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 거대한 빙하가 없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기후에는 국경이 없다. 해수면 상승은 부산과 같은 해안도시의 장기적인 침수 위험을 높이고 폭풍해일 피해를 키울 수 있다. 부산은 항만과 산업시설, 주거지역이 해안에 밀집해 있어 기후위기가 환경문제를 넘어 도시 안전과 산업경쟁력의 문제가 된다.
해외의 가뭄과 농업생산 감소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농산물과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우리의 식탁 물가와 기업의 생산비용으로 이어진다. 히말라야의 변화가 부산의 바다와 산업현장, 시민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효율 향상과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해수면 상승과 극한기상, 홍수와 산사태에 대비한 기후적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피해가 발생한 뒤 복구하는 것보다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피해를 줄이는 예방투자가 중요하다.
시민의 역할도 있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일회용품과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행동만으로 빙하를 지킬 수는 없지만 수많은 시민의 선택은 소비문화를 바꾸고 기업의 생산방식과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시민의 실천을 사회적 변화로 확장하는 것이 ESG시민운동의 역할이다.
특히 미래세대를 위한 ESG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빙하의 변화가 해수면과 수자원, 식량, 재난과 경제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려주고 배움을 생활 속 행동으로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빙하를 지키는 교육은 결국 미래세대의 삶과 안전을 지키는 교육이다.
빙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줄어드는 질량과 잇따르는 재난을 통해 인류에게 신호를 보낸다. 빙하가 녹는 곳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여파는 우리의 도시와 식탁, 경제에까지 이어진다.
빙하를 지키는 것은 단순히 얼음을 보존하는 일이 아니다. 지구의 생태적 균형을 지키고 우리의 도시와 삶을 보호하며 미래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지구를 물려주는 일이다. 이제 빙하가 보내는 경고에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