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르무즈 파병, 국익과 동맹 차원서 결정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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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파병 검토 사실 공개에 국내외 파장
장병·국민 안전 최우선에 둔 결론 내려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다시 격화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 관계자가 지난 4일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서는 운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며 파병 검토 사실을 밝힌 것이다.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등 군 전력을 파견하는 방안도 따져보는 모양이다. 다만, 정부 입장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부 검토 사실 공개만으로 국내외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당장 이란 언론을 통해 ‘미국 편에 설 경우 참전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가 나왔다. 범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파병은 에너지 안보, 한미 동맹, 주권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감내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원유의 90%가 들어오고, 다수의 국적 유조선이 오가는 길목이다. 에너지 안보가 걸린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낼 만큼, 한미 안보 협상, 북미 회담 가능성 등 여러 외교·안보 분야 사안들 추이가 좌우될 수 있는 문제다. 국내 여론 향방은 예측하기 어렵다. 부동산 실패 등에 따른 지지율 추락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국정 동력을 끌어모아 성과를 내야 할 집권 2년 차에 정권 명운까지 걸린 선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압박이 거세다 해도 정부는 차분하고 담대하게 마지막까지 검토한 후 결정을 내려야 한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같은 처지의 나라들 움직임 역시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국이 국익을 앞세워 명분 자체가 약한 전쟁에 관여한 나라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잃을 것이 많다. 최종 결정에는 과거 교훈을 참고해야 한다. 해외 파병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자이툰부대 이라크 파견 이후 22년 만이다. 당시 미국 요구를 들어주면서 평화와 재건을 내세워 충돌 가능성이 약한 지역을 파병지로 선택했다. 파병 시 기간, 목적, 활동 내용 등 기준과 기본 원칙은 명확히 해야 한다. 자이툰 파병 때도 논란과 갈등이 내내 반복됐다.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전쟁터에서 우리 장병이 총을 들고 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국익이 중요해도 장병들 안전보다 중요하지 않다.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슬람 국가를 오갈 수많은 국민들이 위협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2004년 ‘김선일 씨 사건’도 다시 떠오른다. 불가피하게 파병이 이뤄지더라도 미·이란 전쟁과 직접 관련 돼서는 안 된다. 우리 선박과 국민을 보호하는 관점과 명분이 분명해야 한다. 결정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호가 미국과의 동맹, 국제 정세, 에너지 안보라는 다차원적 고민을 풀어내야 하는 시험대에 다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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