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제분쟁해결 허브, 부산의 새로운 도시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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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항만·물류·금융과 같은 산업 기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제적인 기업과 자본이 모이고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계약, 운송과 보험, 금융거래 등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함께 늘어난다. 중요한 것은 분쟁이 발생하느냐가 아니라, 그 분쟁을 어디에서 얼마나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이다. 국제도시의 경쟁력은 거래를 끌어들이는 힘뿐 아니라 분쟁을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역량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최근 부산의 변화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으로 해양·수산 정책의 중심축이 부산으로 이동하고, 해운기업과 관련 기관의 집적도 본격화되고 있다. 북극항로를 비롯한 새로운 국제물류 환경도 부산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 부산지부와 아시아·태평양해사중재센터 등 국제상사·해사분쟁을 처리할 기반이 마련되어 있으며, 해사국제상사법원의 개원도 예정되어 있다. 해수부 이전과 해사국제상사법원의 출범은 부산이 단순한 항만·물류도시를 넘어 국제해사·상사분쟁을 해결하는 법률서비스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부산의 해운·항만·조선·물류·금융 분야에서 발생하는 상당수의 대형 국제분쟁이 여전히 서울이나 해외에서 해결된다. 그 결과 법률서비스와 전문인력뿐 아니라 사건 처리 경험과 노하우도 지역 밖에 축적된다.

런던과 싱가포르 등 주요 국제도시는 금융·무역·항만 기능과 함께 법원, 국제중재기관, 전문 로펌과 법률가가 결합된 법률서비스 생태계를 발전시켜 왔다. 거래가 모이는 곳에 분쟁이 생기고, 신뢰할 수 있는 분쟁해결 시스템은 다시 새로운 거래와 투자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부산도 법원·중재·조정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종합적인 분쟁해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권위 있는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건에는 법원이, 전문성과 신속성·비공개성이 중요한 사건에는 중재가 적합할 수 있다. 거래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경우에는 조정이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해사국제상사법원은 전문적인 국제분쟁을 부산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법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중재·조정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에서 어떤 국제상사·해사분쟁이 발생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왜 부산이 아닌 서울이나 해외의 기관을 선택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해상운송, 선박금융, 해상보험, 국제물품매매 등 부산이 강점을 가진 분야의 전문성을 축적하고 장기적으로 국제금융과 디지털 거래 분야까지 확대해 나가야 한다.

대학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역 산업에서 발생하는 국제거래와 분쟁을 연구하고 해외 주요 도시의 법률 인프라를 비교해 부산에 적합한 제도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부산시와 사법기관, 중재·조정기관, 법조계와 산업계를 연결하는 역할도 맡을 수 있다. 부산대학교에 2027년 해사국제상사법무대학원이 개원하는 것도 전문 연구와 인력 양성의 기반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제분쟁해결도시의 경쟁력은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해양수산부 이전을 통해 형성되는 해양정책과 산업의 집적, 해사국제상사법원을 중심으로 한 사법 인프라, 중재·조정기관, 법조계, 산업계와 대학의 역량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어야 한다.

부산에 분쟁이 없는 것이 아니다. 부산의 산업에서 발생한 분쟁이 부산에서 해결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제 부산은 국제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넘어 그 거래에서 발생한 분쟁까지 신뢰받으며 해결할 수 있는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항만·물류·금융에 법률 인프라까지 더해진다면 부산의 글로벌 허브도시 전략은 더욱 탄탄한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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