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끝까지 붙드는 갈등 설계 어떻게 하나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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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고나무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고나무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고나무

“할 이야기가 없으면 그냥 안 해도 되지 않나. 그냥 그렇게 살아도 괜찮잖아.” 왠지 뜨끔해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맨 끝줄 소년’에서 성공한 작가 김수훈이 주인공 허문오에게 해준 말이다. 허문오는 명문대 국문학과 교수이지만 작가로서 실패했다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지낸다. 대학 동기이자 잘나가는 작가 김수훈을 동경하면서 질투하고 있다. 직접 글을 쓸 능력을 잃어버린 허문오는 어느 날부터 제자가 수업 시간에 가져오는 ‘다음 회차’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든다. 그 이야기에 끌려다니다가 파멸하고 만다. 우리를 매료시키는 특별한 이야기란 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다.

세상은 이야기를 쓰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2025년 한 해 웹소설 공모전만 17개, 당선자는 200명이 넘었다. 웹툰 공모전은 15개, 당선자는 105명이었다. 웹소설과 웹툰 등단 작가만 한 해에 300명이 넘는다. 여기에 드라마·영화 공모전과 신춘문예 당선자까지 합하면 그 수가 얼마나 될까. K드라마의 세계적인 성공은 이 같은 웹툰과 웹소설 붐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하겠다.

많은 사람이 작가를 꿈꾸자 시중에 작법서도 쏟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가 눈에 들어온 이유는 ‘고나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저자는 신문기자로 출발해 지금은 논픽션 작가이자 웹소설 제작자로 활약하고 있다.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와 함께 쓴 범죄 실화 논픽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흥행을 거두었다. 그동안 거둔 성공과 여러 번의 생산적인 실패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은 웹툰과 웹소설 특유의 연재형 스토리 구조에 집중하고 있다. 독자를 끝까지 붙드는 갈등 설계부터 플랫폼 시대의 장르 선택, 캐릭터 구축까지 실제 창작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밀도 있게 담아냈다. 하나의 원작이 어떻게 웹툰, 웹소설, 그리고 영상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스토리 구조 설계법도 소개한다. 한국 작품 가운데 번역 소개되어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사례를 핵심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역시 기자 출신답게 웹툰, 웹소설, 드라마 작가, 연구자들을 많이 취재한 내용이 상세하게 들어 있다.

작가들은 어디에서 이야기의 소재를 찾을까. 뉴스는 모든 작가가 많이 접하는 소스이지만 그냥 봐서는 안 되고 뉴스를 달리 읽는 법이 필요하다. 비록 단신 뉴스를 보더라도 기사 속에서 관객이나 독자가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긍정의 주인공’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화 캐릭터의 3요소로 세계관과 욕망을 구성하는 ‘내적인 삶’, 구별할 만한 외모인 ‘시각적 차별화’, 말투와 행동에 해당하는 ‘표현적 특성’을 꼽는다. 캐릭터의 내면적 삶이 캐릭터 구상에서 가장 중요한데, 가장 등한시됐다고 지적한다.

이야기의 핵심을 단 한두 문장으로 압축한 것을 로그라인이라고 한다. 최고로 꼽히는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로그라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치료 불가능한 말기 암 판정을 받은 고교 화학 교사가 남은 가족의 미래 생활비를 위하여 과거의 제자와 함께 마약을 만들고 파는 마약상이 된다.” 이 짧은 문장에 캐릭터 구축, 결핍이나 욕망, 앞으로의 전개 방향 등 스토리의 3요소가 다 들어 있으니 대단하다. 고나무 지음/한즈미디어/252쪽/19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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