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차 중앙지 기자, 유럽 이주민 되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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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남은주
나이 오십에 기자 생활 접고 독일서 사회복지 공부
아시아 여성 이주자에 관한 편견과 차별에 좌절
난민 공동숙소의 사회복지 실습생 경험도 담아
극우 부상에도 돌봄과 연대 끈끈하게 이어져


한국 베테랑 기자가 독일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이주민 처지와 정책을 돌아보는 책이 출간됐다. 클립아트코리아제공 한국 베테랑 기자가 독일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이주민 처지와 정책을 돌아보는 책이 출간됐다. 클립아트코리아제공

한국 베테랑 기자가 독일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이주민 처지와 정책을 돌아보는 책이 출간됐다. 클립아트코리아제공 한국 베테랑 기자가 독일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이주민 처지와 정책을 돌아보는 책이 출간됐다. 클립아트코리아제공


한국 베테랑 기자가 독일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이주민 처지와 정책을 돌아보는 책이 출간됐다. 클립아트코리아제공 한국 베테랑 기자가 독일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이주민 처지와 정책을 돌아보는 책이 출간됐다. 클립아트코리아제공




국내 유력 일간지에서 18년이나 일한 베테랑 기자가 나이 오십에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했다. 현장 경험에 박사 학위를 따서 교수가 되려는 것일까. 혹은 초등생 자녀 교육을 위한 이민일까. 놀랍게도 독일의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싶어 베를린에서 다시 대학생이 됐다.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는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50대 중반 전직 기자의 독일 생존기이다. 낯섦 속에 스스로를 던져 마치 고생을 자처한 것 같은 상황은 왜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한국의 언론재단은 매년 몇 명의 기자를 선발해 1년간 원하는 나라 대학에서 연구 교수(방문 학자)로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나 역시 미국 뉴욕시립대의 방문 학자로 다녀왔다. 어릴 때부터 누구보다 빨리 배우고 문제 해결능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했지만, 장기 타향살이는 이민자, 소수자의 삶을 간접 체험하게 했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방문학자로 독일을 찾았다. 이후 1년의 시간이 지나자 피난자 수용 정책 이후 다문화사회를 향한 독일의 방향이 궁금해 베를린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시민 3명 중 2명이 도시 밖에서 온 이주자들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베를린은 이주자들의 도시였다. 그러나 이주자를 환대하리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인종, 나이, 성별에 따른 차별과 독일어 특유의 언어 장벽, 극우 세력의 득세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너는 예쁘지만 피부색이 문제이다” “네가 그렇게 태어난 것은 너의 잘못이 아닌 조상들의 잘못”이라며 친절하고도 노골적인 차별의 얼굴들이 가득했다. 독일 공립 초등학교에 들어간 자녀는 독일어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이민자 반으로 분리되었고, 학교에선 이민자 반을 신경 쓰는 이가 없었다. 이민자 반 아이들은 학교의 귀신들처럼 사각지대에 숨어 장난치다 하루를 보냈다.

안정된 신분도 얻고 궁금했던 독일의 이민자 정책을 알기 위해 대학 사회복지학과(이후 사복과)에 진학한다. 사복과는 꼭 한 학기를 현장에서 실습해야 한다는 학교 규칙에 따라 저자는 난민 공동숙소에서 실습생으로 일하게 된다. 책 제목은 여기 난민 공동숙소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는 대부분 직원들이 휴가를 내거나 일찍 나가기 마련이다. 자리를 지켜야 하는 실습생만 남은 금요일 밤이면 난민 숙소 주민들이 서류를 가지고 사무실에 몰려온다.

서류 대부분은 법원, 행정기관에서 온 경고장, 벌금 독촉장이다. 아이를 학교에 오래 보내지 않거나 꼭 받아야 할 병원 검진을 빠져 문제가 생겼다는 내용이 많다. 목숨 걸고 피난와서 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지, 왜 아프다면서 병원에 가지 않으려는지 처음에 저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독일어를 못하는 난민 숙소 주민과 행정 서류의 어려운 독일어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조차 버거운 실습생은 머리를 싸매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애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이주민(난민)은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는 독일 관청의 각종 허가를 받기 위해 무한 대기 상태로 살아야 하고, 매일 경찰자나 구급차 사이렌이 울리는 동네에서 불안한 신분으로 살아야 하는 ‘주변부 인간’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 절박한 이들의 손을 잡고 달리는 초보 사회복지사의 진심이 통하며 저자는 “나의 존엄을 지킬 수 있어 감사했다”라는 인사를 받는다.

2018년 말 처음 독일에 남기로 결심했던 때와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동양인을 향한 혐오를 견뎌냈고, 극우주의의 부상과 이민자를 향한 테러까지 생기는 현재의 유럽을 살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주자들의 공동체에서 연대와 돌봄의 불씨를 발견한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저자 이웃은 “당신 옆에 우리가 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하세요”라고 진심 어린 걱정을 표현했다. 심지어 나치 시절에도 여성 수용소에선 ‘가스실 행’을 선고 받은 장애인 여성들을 몰래 숨기고 먹여 살렸던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를 먹이고 환대하는 단순하고 꿋꿋한 돌봄은 ‘각자도생만이 살 길’이라는 이 미친 세계에 저항할 가장 효과적인 정치 실천이라고 말한다. 남은주 지음/창비/284쪽/2만 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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