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은우 부산시립박물관 관장 “문화유산 올림픽 임박, 세계의 관심 부산으로 쏠린다”
19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막
국내외 대표단 등 3000여 명 참가
조선왕조실록·어진 등 특별전 준비
주차시설 확대·휴식공간 설계 진행
“인류의 공동 유산을 논하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 최초로 오는 19일 부산에서 개막합니다. 이는 엄청난 의미가 있습니다.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196개 협약국 대표단, 세계유산 전문가, 국내외 언론인 등 약 3000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문화유산 국제회의입니다. 마치 모든 인류가 함께하는 문화유산 올림픽이 한국 최초로 부산에서 열리는 셈입니다. 부산의 과거 유산 가치와 현재 모습, 미래의 가능성까지 모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
정은우 부산시립박물관장의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박물관은 지난해 7월 부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바로 자체 준비팀을 가동할 정도로 일찍부터 움직였다. 회의는 컨벤션 시설에서 열린다 해도 문화유산이 주인공인 만큼 부산시립박물관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부산을 찾을 수천 명의 방문객에게 한국 특히 부산의 역사와 문화 자산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구석기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부산 관련 대표 유물은 부산시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었고, 한국의 찬란한 유물을 어떻게 더할까 생각하다가 국립고궁박물관과 MOU를 체결했습니다. 덕분에 조선시대 왕실의 가장 귀하고 특별한 유물이 모두 부산에 올 수 있었습니다.”
정 관장의 설명대로, 지난 7일 개막해 내달 30일까지 이어질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기념 특별전 ‘조선의 기록과 문화:만세에 전하노니’가 탄생했다. 사상 최초로 〈조선왕조실록〉 사대사고본이 한자리에 모이며 왕실 의궤, 어보, 어책, 조선통신사 기록물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특히 현재까지 남아 있는 어진(왕의 초상화) 원본이 몇 점 되지 않는데, 이번 전시에선 영조와 철종을 만날 수 있다.
“철종의 어진은 반이 불탔습니다. 그 사연이 부산과 관계가 있어 더 애틋하죠. 어진은 단순한 초상화가 아닙니다. 당대 최고의 화원들이 어진을 그리는 데 동원되었고, 모든 신하들이 어진 제작의 처음부터 끝까지 논의하고 공을 들일 정도였습니다. 어진이 왕의 얼굴을 넘어 왕실 자체를 뜻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이토록 귀하게 여겼던 어진은 왜 대부분 사라졌을까요. 한국전쟁 초기, 어진을 비롯한 상당수의 왕실 유물이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으로 옮겨졌습니다. 휴전 이후 어진을 비롯한 유물을 서울로 옮기는 계획을 세우던 중, 유물을 보관하던 부산의 창고에 화재가 났습니다. 이 화재로 대부분의 어진이 불에 타버렸고, 화염 속에서 구해낸 어진 중 용안이 보존된 것은 영조와 철종 어진 두 점뿐입니다. 철종의 불탄 어진이 이렇게 외부 전시에 나왔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경우입니다.”
전시 개막이 다가오며 정 관장을 비롯해 부산시립박물관 직원 모두가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사건, 사고에 대비한 특수 장비도 엄청나다. 〈조선왕조실록〉이 전시될 작은 유리관 1개에 5000만 원대의 화재 시설이 들어갈 정도이다.
부산시립박물관은 48년 역사 중 올해가 유난히 특별하다. 유네스코 특별전도 있지만, 수십 년째 희망했던 주차시설 확대와 어린이 박물관, 관객을 위한 휴식공간의 실시설계가 올해 말 끝난다. 예산도 확정됐고, 설계도 진행 중이지만 정 관장은 혹시라도 우선 순위에 밀리는 건 아닌지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다. 10월 말 정년퇴임하는 정 관장은 부산 박물관과 부산 유물을 제대로 알고 애정이 큰 사람이 자신의 다음을 이어가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