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가자, 북극항로] 대안 넘어 지정학적 요충지로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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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각국 경쟁 무대 된 북극해

유빙이 녹은 지난해 9월 북극해 노바야제믈랴 인근 해상을 중국 뉴뉴쉬핑 소속 선박 2척이 지나가고 있다. 올 9월 우리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도 이 뱃길을 지날 예정이다. 스캔드아시아 제공 유빙이 녹은 지난해 9월 북극해 노바야제믈랴 인근 해상을 중국 뉴뉴쉬핑 소속 선박 2척이 지나가고 있다. 올 9월 우리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도 이 뱃길을 지날 예정이다. 스캔드아시아 제공

전통적으로 북극은 ‘협력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최근 서방 국가들의 밀착과 중국, 러시아의 북극 협력 강화 움직임에 중동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기존 해상 물동망의 취약성이 드러나자 북극항로는 대안 통로를 넘어 지정학적 요충지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현재는 원유, LNG, 곡물, 광물 같은 벌크 화물 수송 중심이므로, 물류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적 측면보다 미래의 공급망 통제권과 천연자원 선점을 둘러싼 ‘신냉전식 패권 경쟁’의 성격이 훨씬 짙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북극항로 경쟁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역시 러시아다. 러시아는 북극해 항로의 대부분을 자국 영해 및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북극해를 지나는 모든 외국 선박에 대해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고, 러시아 영해 내에서는 자국 핵추진 쇄빙선의 호위를 의무화하는 등 통제권을 강화하고 있다.

‘야말(Yamal) LNG 프로젝트’ 등 북극권 내 에너지 개발과 연계한 물동량을 늘리는 정책도 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자, 최근 러시아는 북극항로를 통해 중국·인도 등 아시아 시장으로 원유와 LNG를 우회 수출하는 핵심 통로로 활용 중이다. 더불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추진 대형 쇄빙선단을 운영 중이며, 이를 계속 확충해 연중 운항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와 협력하며 북극항로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은 북극 접경국은 아니지만, 스스로를 ‘근북극 국가(Near-Arctic State)’로 규정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일대일로’ 정책의 연장선 상에서 ‘빙상 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북극항로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서방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의 북극 개발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본을 대고 기술을 협력하며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체 건조한 쇄빙연구선 ‘설룡 2호’ 등을 활용해 북극해 탐사를 이어가고 있다. 또 극지 운항이 가능한 내빙 선박 건조 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그동안 북극항로 개발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미국도 최근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을 강력한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응 태세를 전환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러시아의 북극해 독점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며, ‘자유 항행의 원칙’을 내세워 해군력을 통한 견제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러시아에 비해 쇄빙선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최근 ‘차세대 쇄빙선’ 도입 사업을 본격화하며 전력 격차를 줄이려 애쓰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이후 북극권 영토를 가진 동맹국들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러시아의 북극권 군사기지 요새화에 대응하고 있다.

더불어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그린란드) 등은 실리적 개발과 환경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캐나다는 북서항로가 자국의 내해임을 주장하며 통제권을 행사하려 하지만, 미국 등과 주권 분쟁 여지는 남아 있다. 또 유럽연합(EU)은 북극의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청정에너지 기반의 운항 및 까다로운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유도하며 개입 중이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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