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다 너구리·수달과 ‘눈인사’… 수영강 생태 ‘초록불’
야생 개체 목격 영상 SNS 확산
3년 만의 ‘출현’에 시민들 반겨
“지자체 친환경 사업 성과” 평가
“공존 환경 조성할 기회로 삼자”
“시민 안전 정책 필요” 목소리도
낙동강관리본부에 구조된 야생 너구리(위). 낙동강관리본부
수달이 수영강변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고 있는 모습. SNS ‘나나별’ 계정 캡처
최근 부산 수영강에서 야생 너구리와 수달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부산 시민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시민들이 산책하는 도심 속 하천에서 너구리와 수달이 관찰되면서 수영강의 야생 동물들이 서식하기 적합한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산 시민과 야생 동물들이 공존하려면 환경 보호와 함께 시민 안전을 위한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24일 한 SNS 계정에는 수영구 수영강 산책로에서 야생 너구리와 수달이 목격된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각각 조회수 63만 회, 33만 회를 넘기며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영상에는 산책로를 지나며 촬영자를 바라보는 너구리와 물가에서 물고기를 먹고 있는 수달 모습이 담겼다.
시민들은 이에 대해 ‘온천천에서만 봐왔던 수달을 수영강에서는 처음 본다’, ‘작년 여름에 아파트 연못에서 수달을 봤었는데 다시 보게 돼 반갑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영구에서 수달이 발견돼 화제를 모은 것은 2023년 11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이지만 부산 하천과 저수지 등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다. 수질이 양호하고 인위적인 요소가 적은 하천과 저수지, 바다 인근 등이 최적의 서식지다. 먹이 활동을 위해 물길을 따라 길게는 10km 이상 이동하기도 한다. 최근 부산에서는 수영강뿐만 아니라 해운대구 마린시티, 기장군 하천, 금정구·동래구 온천천 등 전 지역에서 수달이 발견되고 있다.
너구리는 생태공원이나 갈대·억새밭, 인근 산지 등 다양한 공간에 숨어 살아간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야생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야생 너구리의 산악·구릉 지대 서식 밀도는 2017년 1㎢당 3.8마리에서 지난해 2.2마리로 줄었다.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평소에 많이 방문하는 수영강변까지 너구리의 서식 환경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자연 상태의 수달과 너구리의 개체 수 관리는 하지 않는다. 생태계가 안정되면서 수달과 너구리가 어렵지 않게 관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 생활권과 맞닿아 있는 부산 도심 하천에서 수달과 너구리 등 야생 동물이 점차 발견되고 있는 것은 하천 정비와 생태공원 조성 등 친환경적인 사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시와 각 지자체는 많은 예산을 들여 환경친화적인 공간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너구리와 수달은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시민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다. 다만 이들에게 지나치게 접근하거나 먹이를 주는 일은 금물이다. 시민들과 야생 동물들이 교감하며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시민들도 수달 등 야생 동물이 살아가는 환경을 훼손하거나 침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수달과 너구리 모두 평소 사람을 피하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수달 번식기(4월~7월)에는 새끼나 은신처 주변까지 사람이 다가오면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너구리도 5월부터 10월까지 새끼 양육기로 사람이 접근했을 때 공격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시민들의 반려동물을 상대로 인식해 공격하기도 한다. 또 너구리는 국내에서 광견병을 옮길 수 있는 대표적인 야생 포유류 중 하나로 꼽힌다.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이종남 부회장은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면 산책로·공원 주변으로 생활 환경이 고립되고 생태계 유지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나무 울타리나 안내문 등도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도망칠 수 있으므로, 접근 방지선 정도만 설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