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의 개헌, 지방분권은 안중에 없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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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정당 공동발의 헌법 개정안
지방자치 핵심 의제 통째로 빠져
“합의 가능 내용부터 추진” 불구
학계 “2018년 발의안보다 후퇴”
“부마항쟁 명시 성과 퇴색” 비판

3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정신 헌법 수록 촉구 기자회견. 탁경륜 기자 takk@ 3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정신 헌법 수록 촉구 기자회견. 탁경륜 기자 takk@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 원내 6개 정당이 주도해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서 지방분권 핵심 의제가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은 반영되지 않았고, 균형발전은 선언적 문구 보완에 그쳤다. 1987년 이후 39년 만에 추진되는 개헌 시도에 부산을 포함한 지방은 또 다시 소외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의원 등 187명은 지난달 3일 헌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오는 6·3 지방선거와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목표로 한 이번 개정안의 내용은 △헌법 제명 한글화 △전문에 부마민주항쟁·5·18민주화운동 명시 △계엄 통제 강화(국회 승인권·48시간 자동 실효·해제 의결권) △균형발전 의무 확대 등 4가지다.

개헌안은 국회 발의 뒤 대통령이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며,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야 한다. 국회 의결 뒤에는 30일 이내에 국민투표가 진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이번 개헌 국민투표가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진행되려면 오는 10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 본회의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297명)의 3분의 2 이상, 최소 197명 이상의 의원이 찬성해야 한다.

개정안 제안이유서에는 “전국 기초지자체의 절반 이상이 소멸 위기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과반이 일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지역 간 불균형이 거주 지역에 따른 격차와 삶의 기회에서 큰 차이로 나타난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본문에는 지방자치 분야의 핵심 의제가 통째로 빠졌다. 현행 헌법은 제8장(제117조~118조)에서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단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다.

대신 ‘균형발전 의무’를 지방자치 장이 아닌 제9장 ‘경제’ 장에 끼워 넣는 형태로 처리했다. 현행 제123조 제2항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를 “국가는 모든 국민이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균등한 삶의 질과 기회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역의 경제를 육성하고 생활기반을 구축하여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촉진할 의무를 진다”로 수정했다.

문장이 길어졌을 뿐, 의무의 주체는 여전히 ‘국가(중앙정부)’에 머문다. 지방에 권한을 이양하기보다, 중앙이 더 책임지겠다는 선언에 그친 셈이다. 이처럼 재정과 권한이 중앙에 집중된 구조가 이어지면서 지방의 자립 기반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부산시 재정자립도는 38.38%로 전국 평균(43.3%)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동아대 조재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자치권과 지역균형발전 방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동안 축적돼 온 헌법 개정 논의 전체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개헌안은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발의한 개헌안에 견줘도 매우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개헌안에는 자치입법권의 범위를 넓혀 지방이 독자적으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아울러 자치재정권 조항을 신설해 자치사무 경비는 지방정부가 부담하도록 명시했다.

이번 개헌안에서 지방분권 핵심 의제가 빠진 것에 대해 민주당 등 범야권 측은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내용들로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며 합의 가능한 범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했다는 현실론을 내세운다. 다만 국회 의결 정족수를 채우려는 셈법이 지방의 절박함보다 우선시됐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지역 시민사회가 수십 년간 요구해 온 ‘부마민주항쟁 헌법 전문 명시’가 반영된 점은 진전이다. 하지만 역사적 위상 제고라는 상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방분권 조항이 누락되면서 39년 만의 개헌 기회가 퇴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부산지방변호사회 지방자치법실무연구회장을 지낸 전경민 변호사는 “지방의 목소리를 전혀 담지 않은 하향식 개헌으로 내용 면에서도 실질적 지방분권이 빠져 있다”며 “어떤 형태의 개헌이든,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권한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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