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토막 난 공보의… 지역 공공의료 구멍 커진다
경남 의과 인력 63명 복무 완료
충원은 15명 그쳐 빈자리 '숙제'
근무 기피에 의사 채용 '별 따기'
일당 100만 원에도 지원자 없어
울산도 공중보건의 만성 구인난
울산 중구 동구보건소.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복무 기간 만료와 맞물려 보건소 등 1차 공공의료 공백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경남과 울산 각 지자체에서도 ‘의느님(‘의사’와 ‘하느님’의 합성어) 모시기’에 혈안이다. 그러나 업계의 농어촌 기피 현상과 더불어 천정부지로 뛰어버린 임금 문제로 의사 채용이 쉽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16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으로 도내 의과·치과·한의과 공보의는 301명이며, 이 중 이달 말을 끝으로 복무를 마치는 인원은 142명이다. 그러나 이후 새로 배치되는 인원은 72명뿐이다. 통상 복무 만료 인원만큼 대체 인력이 충원돼 순환하는 구조였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2024년 본격적으로 불붙은 의정 갈등 여파로 공보의 수가 급감한 탓이다.
특히나 필수 진료를 맡아야 할 의과 부문 충원이 턱없이 부족해 공공의료 공백이 우려된다. 현재 의과 공보의 116명 중 이달 말 복무 완료 예정자는 63명으로, 전체의 54.31%가 자리를 비운다. 그리고 단 15명이 충원된다. 경남도 관계자는 “전국 의과 신규 인원이 100명이 채 안 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경남의 의료 인력 충원은 전국 최다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공보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도내 18개 시군에서 직접 예산을 들여 일당·계약 의사 채용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생활 여건이 불편하다는 이유 등으로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 기피하고 있는 데다 공공기관 임금이 일반 병원보다 턱없이 적어 선호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원·김해·양산·진주 등 도시 규모가 비교적 큰 지역의 보건소에선 일당을 50만~60만 원으로 제시하는데도 지원자가 거의 없으며, 군 단위는 일당을 100만 원까지 곱절로 책정했지만 지원자는 절벽이다. 지자체마다 예산 한계에 부딪혀 임금을 무한대로 올리기 쉽지 않아 공공의료 공백이 현실화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1차 의료 공백은 비단 공보의 수급에 의존하는 농어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체 예산으로 직접 의료진을 채용해야 하는 광역지자체 울산 역시 만성적인 구인난에 부딪혀 필수 진료가 멈춰 서는 등 공공의료망이 흔들리고 있다.
울산 동구보건소는 지난 1월과 지난 2월 의사 2명이 잇따라 사직한 이후 4차례 충원에 나섰으나 모두 무산됐다. 만성질환 등 필수 진료가 대폭 축소되면서 한 달간 민원 접수는 2543건에 그쳐, 전년 동기(3759건) 대비 3분의 1이나 급감했다. 중구보건소도 정원 2명 중 1명만 근무 중이며, 지난해 8월 말부터 반년 넘게 구인에 돌입했지만 빈손이다.
울산에서 유일하게 공보의가 배정되는 울주군에서는 현재 근무 중인 공보의 15명 중 일반 진료가 가능한 의과 전공은 단 2명뿐이며, 이들마저 내년 4월 복무 만료를 앞두고 있어 충원되지 않을 경우 일선 보건지소 운영 중단이 불가피하다.
울산시는 구·군과 협의해 급여를 높인 단기직 의사를 채용하는 등 제도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의료기관과 임금 격차가 큰 데다, 과중한 업무 부담 등으로 의사들이 공공의료를 기피하기 때문에 특단의 해결책 마련은 어려울 전망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은퇴한 시니어 의사 채용 공모가 시작되면 예산을 지원받아 일선 현장에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에서는 지역의사제를 통해 공공의료 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현장에 실제 적용될 때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27학년도 대입에 도입될 지역의사제는 의대생이 졸업 후 지역에서 최대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걸 골자로 한다. 경남도내 한 보건소 소장은 “공보의 복무 단축 등 논의 중인 의료 현안도 속도감 있게 풀어내 의료 현장의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오상민 기자 sm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