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10조 베팅…AI 데이터센터 ‘승부수’ 배경은
성장 정체 속 AI 리테일 기업 전환 선언
수년째 연 매출 29조…벽 뚫을 반전 카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리플렉션 AI(Reflection AI)와 손을 잡고 한국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한 건 전통적인 유통 산업 기반으로는 사업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협력을 두고 AI 리테일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정 회장의 승부수란 평가가 나온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국내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연내 리플렉션 AI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할 예정이다. 업계는 신세계그룹의 국내 AI 데이터센터 건립 투자 규모를 최소 10조 원으로 보고 있다.
250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립 비용은 위치, 설계, 인프라 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GPU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장비 등을 풀스케일로 넣으면 최대 17조 원 까지 달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의 AI 데이터센터보다 규모가 작은 SK AI 데이터센터(100MW)의 경우 총 투자금이 약 7조 원이다.
정 회장이 투자금만 10조 원이 훌쩍 넘는 AI 데이터센터에 통근 베팅을 결심한 배경에는 신세계그룹(이마트)의 실적 정체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정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수년째 외형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마트 IR자료에 따르면 이마트의 연결기준 순매출은 2021년 25조에서 2022년 29조를 찍은 뒤 지난해(28조9704억 원)까지 30조 원대 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쿠팡은 2021년 매출 20조 원에서 지난해 매출 40조 원을 찍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내놓은 정 회장의 AI 데이터센터 청사진은 기존 유통 사업을 발판 삼아 그룹 전체를 ‘AI 리테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으로 평가된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기존 유통 사업과의 시너지다. 신세계그룹은 AI 데이터센터 추진을 기점으로 온라인 몰에서 고객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상품을 골라주고 결제 배송까지 책임지는 AI 커머스를 구현할 예정이다. AI를 활용한 초개인화 상품 추천, AI 쇼핑 에이전트, 동적 가격 책정 시스템 등을 도입하면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사인 쓱닷컴의 고객 경험과 전환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것이 업계 분석이다.
더 나아가 신세계그룹은 리테일 사업 전반에 적용할 AI 풀 스택(Retail AI Full-Stack)을 개발해 재고 효율 개선 등을 포함한 관리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빠른 배송 로지스틱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공공 대상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신규 수익원으로 키워 미국 아마존의 AI·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모델을 벤치마킹한다는 전략이다. 아마존의 작년 영업이익(800억 달러) 중 절반 이상(약 56%)은 AWS가 차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AI 데이터 센터 추진을 기점으로 AI를 새로운 미래 성장 한 축으로 삼을 것”이라며 “미래 유통업에 최적화된 이마트 2.0 시대를 열어 한국 리테일 시장 업그레이드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