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문화시선] ‘휴먼브리지’와 문화 DNA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수영강 휴먼브리지 위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수영강 휴먼브리지 위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수영구 망미동 주택가에 자리한 한 갤러리에 취재 차 들렀다가 수영구와 해운대구를 잇는 ‘수영강 휴먼브리지’를 건넜다. 날씨가 좋아 쉬엄쉬엄 걷고, 보고 하다 보니 어느새 다리 위에 올라 있었다. 영화의전당으로 건너간 김에 영화까지 봤더라면 ‘완벽’한 반나절 문화생활이 되었겠지만, 할 일이 남아 오후 시간은 영화의전당 라이브러리에서 보냈다.

이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주현 조각가의 작품 '관계의 각도'. 이웰갤러리 제공 이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주현 조각가의 작품 '관계의 각도'. 이웰갤러리 제공

출발점은 이웰갤러리(망미번영로 110번길 7)였다.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박주현 조각가의 개인전 ‘새겨진 시간-울리는 소리’를 돌아보고, 나선 김에 4월 11일까지 이어지는 대만 출신의 조각가 팀 리 개인전 ‘Toward the Light’를 보기 위해 리앤배(좌수영로 127)로 향했다. 이웰에서 리앤배까지 곧장 가면 걸어서 10분인데, 복합문화공간 F1963(구락로 123번길 20)을 가로지르면 7분 거리에 또 다른 전시 공간인 국제갤러리 부산점과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이 있다. 전시가 아니더라도 F1963에는 F1963 도서관, 금난새 뮤직 센터, Yes24 중고 서점 등이 있어 잠시 숨 고르듯 둘러보기 좋다.

리앤배에서 열리고 있는 팀 리의 작품. 리앤배 제공 리앤배에서 열리고 있는 팀 리의 작품. 리앤배 제공

F1963을 나와 다시 7분 거리의 리앤배에선 팀 리 전시를 관람했다. 리앤배에서 수영강 휴먼브리지까진 10여 분이 걸렸지만,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산보 나온 듯 느긋해졌다. 다리는 구경 삼아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보행 전용교여서 4~20m에 이르는 다리 폭이 생각 밖으로 넓게 느껴졌고, 중앙에는 20m 높이 전망대 ‘씨네 아일랜드’가 있었다. 강과 도시 풍경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수영강 휴먼브리지였지만 아직은 약간 휑뎅그렁한 인상도 남았다.

부산 수영강 휴먼브리지 위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수영강 휴먼브리지 위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수영강 휴먼브리지' 보행자 전용길을 알리는 플래카드. 김은영 기자 Key66@ '수영강 휴먼브리지' 보행자 전용길을 알리는 플래카드. 김은영 기자 Key66@

어떤 식으로든 수영강 휴먼브리지에 사람들이 즐길 만한 문화 콘텐츠가 하루빨리 장착되면 좋겠다 싶었다. 언젠가 서울에 갔을 때 봤던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가 떠올랐다. 그곳은 매주 일요일에만 차도를 보행로로 바꾸어 두 발로 걸으며 즐기는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데, 수영강 휴먼브리지는 일요일만 기다릴 필요가 없는 상시 보행 전용교라는 점이 다르다.

사실 아무 목적 없이 무작정 걷는 것도 좋지만, 일삼아 찾아오는 이들에겐 볼거리, 느낄 거리, 체험할 거리가 한두 개쯤 더해져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리 이쪽과 저쪽 끝 어딘가에 주변 전시·공연 소식을 알리는 안내 지도나 게시판이 생기고, 플리마켓과 두 개 구가 함께 여는 ‘휴먼브리지 페스티벌’(가칭) 같은 것이 자리 잡아 이름처럼 ‘휴먼’브리지다운 다리가 된다면, 다리 하나만 보러 오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수영구민은 해운대구로, 해운대구민은 수영구를 넘나들며 자연스레 문화를 나누게 된다면, 그것 또한 이 다리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