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인선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장 “환자가 퇴원해도 존엄한 삶 살도록 노둣돌 역할 할 것”
연극서 출발 20년 동안 예술 치료
사비 털어 음악·미술 등 영역 확장
김옥련발레단과 ‘병원 아트’ 참여
예술 치유 공간 신축 추진 등 계획
“환자가 병원을 떠난 후에도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언제나 이 자리에서 가장 따뜻하고 단단한 노둣돌이 되겠습니다.”
인제대부산백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2002년 개원 후 지금껏 부산에서 재활의학 외길을 걸어온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 박인선 병원장. 그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자체 예술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이어 지난해 말 부산문화재단의 ‘병원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해 호평을 얻었다.
박 원장 역시 처음엔 예술 치료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사이비’처럼 비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지역대학 음대생들과 함께 진행한 음악 치료에서 환자들이 거부감을 보였던 경험도 한몫했다. 그러던 중 용인대 박미리 연극영화과 명예교수를 만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2004년께 처음 만났을 당시 박 원장이 “프로그램에 ‘치료’라는 이름 붙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대놓고 말할 정도로 반감을 드러내자 박 교수는 학과 학생들과 함께 곧장 부산을 찾아 연극 치료를 진행했다. 상상력과 기획력을 토대로 기존의 의학 치료가 닿지 못하는 영역을 채우는 연극 치료에 편견은 완전히 무너졌다. 박 원장은 “허공에 공을 던지는 시늉에 환자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자연스럽게 받아내는 모습에서 뇌와 마음을 자극하는 귀한 치유의 순간을 발견했다”며 “2007년 현재 병원 자리로 이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예술 치료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예술을 통해 환자들의 숨어있는 재능을 끌어올려 치유하는 예술 치료에 매료된 박 원장은 연극 치료를 시작으로 음악, 미술, 공연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했다. 직접 수소문해 유명 기타리스트를 섭외하는 등 사비를 털어 예술 치료에 매진한 박 원장이 김옥련 발레단을 만난 것은 운명에 가까웠다. 병원 인근에서 운영 중이던 발레단 사무실을 우연히 발견한 박 원장이 때마침 병원에 입원 중이던 한 평론가로부터 김옥련 발레단의 진정성을 알게 된 것이다.
재정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순수한 열정으로 30년 넘게 민간 발레단을 이끌어 온 김 단장의 진심을 확인하면서 박 원장은 2년에 걸쳐 병원 아트 프로젝트에도 동참했다. 박 원장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반응이 거의 없던 한 어르신의 변화를 꼽았다. 평소 눈도 잘 뜨지 못하고 표정 변화도 없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허공에 던진 풍선을 직접 손을 뻗어 잡고 한쪽 눈을 뜨면서 주변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박 원장은 “세상의 기준으로는 작은 변화일지 모르지만, 환자에게는 삶의 의지를 다시 깨우는 첫걸음”이라며 “이런 작은 긍정적인 자극이 환자의 일상을 바꿀 수 있기에 예술 치료 프로그램은 반드시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많은 병원이 ‘치료’보다 ‘수익’에 치중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한 박 원장의 원칙은 단순하다. “치료가 더 필요한 환자는 계속 치료하고, 충분히 회복했다면 그 지점에서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현 제도상 환자가 3개월 이상 입원하면 의료보험 삭감으로 병원에 손실이 나지만 그는 이 원칙을 고수한다. ‘신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실제로 환자를 위해 치료를 지속하다 단일 진료비만 1000만 원 넘게 삭감된 사례도 있었다”면서도 “꼭 필요한 치료라면 병원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끝까지 책임진다는 기준은 변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환자 치료에 진심인 병원’이라는 평가에 감사하다는 박 원장은 “재활은 한 사람의 깨진 일상을 다시 정교하게 맞추어 나가는 숭고한 과정이며, 그 본질은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결국 ‘사람’에게 있다”고 했다. 박 원장은 “환자들이 좀 더 자유롭게 예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건물을 신축 중”이라며 “향후 병원을 사회에 환원해 개인 소유가 아닌 사회 전체의 자산으로서 지속가능하게 운영되는 의료기관으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