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 재점화… 대학생들 거리로
테헤란 대학서 시위 희생자 추모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구호 나와
지난해 12월 반정부 시위 연장선
美 군사 압박 속 당국 긴장감 고조
21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에서 시위 중인 이란인들이 “샤 만세”라고 외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에서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대학생 시위가 재점화하고 있다. 정부의 유혈 진압으로 위축됐던 반정부 시위가 다시 확산하는 모습이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새 학기 첫날인 이날 테헤란 주요 대학 캠퍼스에서는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보안군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 연좌 농성이 잇따라 벌어졌다.
샤리프공대에서는 대학생 시위대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폭력 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학생들이 캠퍼스 밖에서 바시즈 민병대원들과 충돌한 것이다. 바시즈 민병대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통제를 받는 준군사조직으로 지난달 반정부 시위 진압에 투입됐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양측의 몸싸움으로 부상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아미르카비르공대에서는 학생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여 “샤(국왕) 만세”를 외쳤다. 이란 마지막 국왕의 아들로 해외에서 활동 중인 레자 팔레비가 여전히 반정부 시위의 한 구심점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테헤란의대 학생들도 지난달 시위로 수감된 학생 등 구금자들을 지지하는 행진과 연좌시위를 열었다.
시위 희생자의 추도식에서도 반정부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보통 사후 40일째에 열리는 이란의 추도식은 엄숙한 종교 행사로 치러진다. 그러나 시위 희생자를 찾은 조문객들은 무덤 주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새로운 형태의 항의를 하고 있다.
일부 추도식에서는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나오면서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테헤란과 반다르압바스, 고르간 등지에서는 고교생과 교사들이 ‘빈 교실’로 명명된 동맹 휴업에 나서고 있다.
대학 캠퍼스 등에서 재점화되고 있는 이번 시위는 장기화한 경제난에 항의하며 지난해 12월에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운동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시위는 지난달 8~9일께 절정에 달했으나, 보안군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수천 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체포되면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이 시위는 이란 경제의 주축인 상인들이 리알화 가치 폭락을 계기로 인한 물가 폭등과 경제난으로 인해 테헤란 거리로 나서면서 시작됐다. 그간 이란에서 발생했던 정치 시위와는 다르게 이번 시위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민심이 폭발하면서 나온 것이다.
이란 당국은 진압 과정에서 3000여 명이 숨졌다고 밝혔으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사망자를 7000명 이상으로 파악했고 체포자도 5만 명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내부의 불만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분출되고 있어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시위대를 지지했던 미국은 이란과의 핵 협상이 실패할 경우 군사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으며, 중동에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