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장세’ 끝났나… 코스피, 7900까지 바라본다
지난 20일 사상 첫 5800 돌파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감 고조
풍부한 유동성에 6000선 눈앞
시장 재편 코스닥도 전망 호평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사상 처음으로 5800선을 돌파하며 다시 한번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감과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이달 초 이른바 ‘인공지능(AI) 버블론’ 영향에 하루 걸러 급락과 급등을 반복했던 ‘널뛰기 장세’를 벗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코스피 상단을 7000~7900선까지 제시하는 전망이 잇따르는 등 불장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한 번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코스피에 비해 소외됐던 코스닥도 정부의 정책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향후 전망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코스피는 이틀 연속 급등세를 이어가며 ‘육천피(코스피 6000포인트)’를 가시권에 넣었다. 지난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1.28포인트(2.31%) 오른 5808.53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19.64포인트(0.35%) 오른 5696.89로 개장한 뒤 우상향 흐름을 지속했으며, 오후 2시 37분께는 5809.91까지 치솟기도 했다. 코스피가 5800선을 넘어선 건 이날이 처음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진 상승랠리 속에 최근 단기 조정을 거친 증시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 등에 힘입어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 톱’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19만 100원에 장을 마감하며 ‘19만 전자’를 유지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주요주주로 올라섰다는 소식 등 영향으로 94만 9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한때 95만 5000원까지 올랐다.
코스피가 육천피를 가시권에 두고 있는 상황에 증권가는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5650에서 7250으로 올렸다. 김대준 연구원은 20일 보고서에서 “AI 산업 발전으로 반도체 실적이 상향 조정된 게 EPS(주당순이익)를 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그는 “목표치 추정에 필요한 적정 PER(주가수익비율)은 12배로 제시했다”며 “코스피 배당 성향이 향후 3년 동안 22%, 25%, 28%로 늘어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수 하단은 기존 EPS보다 5% 내린 547포인트, PER은 10년 평균 수치에 표준편차를 차감한 9배를 적용한다”며 코스피 하단으로 4900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상반기 중 반도체 주도 랠리는 이어질 것”이라며 “이익 민감도가 높아진 국면에서 실적 개선이 가능한 자동차, 은행, 조선, 기계 등 업종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과 유안타증권도 코스피 하단을 5000선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나증권은 향후 1년 코스피 상단을 7900으로 제시하며 가장 높은 전망치를 내놨다.
코스피는 물론 그간 소외됐던 코스닥 시장에 대한 상승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증시를 백화점에 비유하며 “상품 가치가 없는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느냐”며 코스닥 시장의 성장을 위한 개선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주가 1000원 미만의 이른바 ‘동전주’가 상장폐지 대상에 편입되는 등 코스닥 상장기업의 퇴출 기준이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제도가 강화될 경우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 수는 기존 예상 50개 내외에서 약 150개, 최대 220여개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스닥 상장사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실기업 퇴출로 유망 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이 이뤄질 경우 코스닥 지수 3000선 도전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제기된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부양 기대감이 커지며 일부 자산운용사는 관련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는 향후 정부가 세부적인 코스닥 정책 방안을 추가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관련 상품 일부를 ‘쇼핑 바구니’에 담을 것을 제안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장폐지 요건 강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 확대 등 코스닥 시장 관련 정책 뉴스 플로우(흐름)는 지속해 나오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 초점이 코스닥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 발 코스닥 상승도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과열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장기 회사채 발행 확대와 AI 시설투자 사이클이 반도체 업종 상승을 이끌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 둔화와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를 통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투자 확대가 반도체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반도체 실적 개선과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유지되는 한 상승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AI 투자 사이클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