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전시기 일본 여성의 노동과 보육
신간 <전쟁, 여성, 그리고 아이들>
신간 <전쟁, 여성, 그리고 아이들> 책 표지. 소명출판 제공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이후 1945년 패전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전쟁 수행을 위해 여성의 노무 동원과 더불어 출산, 보육이라는 영역까지 포섭하고 조정해 나간다. 신간 <전쟁, 여성, 그리고 아이들>은 당시 일본의 여성 노동과 인구 정책, 보육 제도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총력전 체제’ 속에서 서로 긴밀히 연동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 김경옥은 일본 근현대사, 그중에서도 일본 여성사, 전시기 여성 노동과 젠더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 온 역사 연구자다. 기존의 연구는 일본 내 미혼 여성의 전시 동원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 책은 전쟁 시기 급증한 탁아소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사실상 기혼 여성도 노동력으로 동원됐음을 밝혀낸다. 전선에 나간 남성을 대신해 여성 노동력이 절실히 요구됐던 광업의 경우 아키타현 하나오카광산 부설 탁아소가 그런 역할을 한 사례다. 이밖에 군수 산업으로 방독면을 생산하던 일본화공주식회사 부설 탁아소, 농촌의 농번기 탁아소 등 5곳의 사례가 제시된다.
전쟁은 전장만의 일이 아니라 일상과 가정, 탁아소와 공장까지 포괄하는 ‘전 사회적 동원’이었다. 특히 저자는 일본의 탁아소를 중심으로 한 보육 정책이 여성의 사회 진출을 보장하는 진보적 장치가 아니었음을 짚어낸다. 오히려 노동력 확보와 인구 재생산을 위한 국가적 기획의 일환으로, 총동원 전략의 일부였단 사실을 밝힘으로써 오늘날의 인구 정책 논의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전시 일본에 관한 연구서이지만, 타자의 역사를 통해 국가의 정책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깊이 개입할 수 있는지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김경옥 지음/소명출판/448쪽/2만 8000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