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항 위상에 걸맞은 면세연료 관리 체계 구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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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국립한국해양대 명예교수


2014.04.28 부산일보DB 2014.04.28 부산일보DB

최근 외국무역선에 공급되는 면세연료 불법 유통 문제가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뒷물’로 불리는 관행은 단순한 현장 일탈을 넘어, 부산항의 국제적 신뢰도와 항만 행정 공신력을 지속적으로 훼손하는 구조적 문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대응은 단속과 처벌, 종사자 도덕성에 초점을 맞추는 데 그쳤다. 이런 접근은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부산항이 명실상부한 동북아 물류 허브로 도약하려면 항만 인프라 확충만큼이나 면세유 유통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 면세유 불법 유통은 단순한 조세 포탈을 넘어 국가 재정을 잠식하고 해상 안전까지 위협하는 중대 범죄다. 항만 경쟁력이 신뢰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에 면세연료 관리 허점은 부산항 평판 리스크에 직결된다.

문제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분명하다. 하나는 수익 구조가 제공하는 강력한 유혹이고, 다른 하나는 관리 체계 허점이다. 외항선에 공급되는 면세유는 시중 경유보다 40~50% 저렴해, 불법 유통 시 막대한 시세 차익이 발생한다. 이 가격 격차는 범죄 조직뿐 아니라 현장 종사자에게도 지속적인 유혹으로 작용한다. 반면 감시 시스템은 여전히 낡은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급유량 측정 과정의 오차 범위를 악용하거나, 서류상으로만 공급된 것처럼 꾸미는 이른바 ‘가짜 급유’를 실시간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부산항처럼 선박 입출항이 빈번한 큰 항만에서는 인력 중심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제는 불법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항만·통관 시스템의 취약성과 제도적 공백을 직시해야 한다. 상하이, 로테르담, 싱가포르 등 주요 글로벌 항만들은 이미 정밀 유량계와 실시간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를 도입해 유류 공급 전체 과정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강력한 처벌 이전에, 불법 개입 여지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이 핵심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 시스템은 대략 다음 요소를 갖출 필요가 있다.

첫째, 디지털 추적 시스템(IoT) 도입 의무화다. 서류 검증을 넘어 급유선과 수급 선박의 유류 탱크에 실시간 잔량 측정이 가능한 IoT 센서를 설치하고, 급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유량 데이터를 관세청과 해양경찰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연동해야 한다. ‘종이 위에만 존재하는 기름’은 원천적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둘째, 면세유 유통 전 과정에 대한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이다. 반출부터 최종 소비까지를 블록체인 기반 이력 관리 시스템으로 연결하고, 유류 식별제 강화를 통해 시중 주유소나 건설 현장에서 단속할 때 해당 유류가 면세유인지 즉각 판별할 수 있도록 현장 분석 장비 보급을 병행해야 한다.

셋째, 처벌 실효성을 높이고 면허 취소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현행 벌금형 위주 처벌은 범죄 수익에 비해 억지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불법 유통에 가담한 업체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 업계에서 영구 퇴출시키고, 불법 수익에 대해서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해 ‘걸리면 망한다’는 인식을 각인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미적재 잔존 면세연료를 음성적 영역에 방치하지 않고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제도적 출구를 마련하는 일이다. 잔존 연료에 대해 세관 신고를 의무화하되 절차는 합리적으로 간소화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한 중고연료 사업자에게 통관을 전제로 한 합법적 유통을 허용하는 방안은 충분히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불법 유통을 억제하는 동시에 자원의 경제적 가치를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이다.

부정과 음성적 관행을 근절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는 부산항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다. 규제와 처벌 강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스템 현대화와 제도적 보완을 통해 투명성이 작동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지금 부산항에 요구되는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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