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텃밭 텍사스서 패배… 흔들리는 트럼프 행정부
레메트, 상원의원 선거서 14%P 차 대승
연방 하원 보궐선거서도 민주당 승리
2024년 트럼프 대통령 압승한 텍사스
이민 단속·경제 정책 실망 반영 풀이
11월 선거 앞두고 공화당 위기 고조
미국 텍사스주 연방 하원 18선거구 보궐선거가 치러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크리스천 메네피 민주당 후보가 개표 결과 발표 행사에서 지지자를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텍사스주에서 열린 주의회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이곳은 1년 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포인트(P) 차로 대승했던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과 경제 정책에 대한 실망감을 시작으로 민심 이탈이 시작됐단 분석이 나온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내부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일(현지 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텍사스 주의회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테일러 레메트가 공화당의 리 웜즈갠스 후보를 상대로 14%P 차 압승을 거뒀다.
텍사스는 공화당이 주정부와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 소속 레메트가 이긴 선거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11월 대선에서 17%P 차로 이겼을 정도로 공화당 텃밭인데 불과 1년 3개월 만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웜즈갠스 후보에 대해 지지를 촉구하기도 했으나 민심은 민주당을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성공한 기업가이자, 자신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매우 훌륭한 지지자”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투표 독려에도 민주당 후보가 크게 이긴 것은 그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시작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텍사스주는 멕시코와의 접경주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에 대한 실망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중간선거를 앞두고 당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뉴욕시장,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 승리 이후 지역 보궐선거에서도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켄 마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은 “민주당은 역사적인, 기대 이상의 선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패한 공화당 웜즈갠스 후보는 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승리는 지역 및 전국의 공화당원들에 대한 경종”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텍사스주 선거 결과 패배에 대해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무관하다. 텍사스 지역 선거”라며 “나는 17%P 차로 이겼고, 이 사람은 졌다. 그런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 지역 공화당 상원의원 예비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할지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승리한다고들 한다. 아마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치러진 텍사스주 연방하원 18선거구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 크리스천 메네피가 당선됐다. 민주당이 텍사스주에서 연방하원 의석을 추가하면서 공화당의 하원 다수당 지위가 약해지게 됐다. 18선거구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메네피는 다른 민주당 후보인 어맨다 에드워즈를 상대로 결선 투표에서 승리했다. 18선거구는 민주당 소속 실베스터 터너 전 하원의원이 지난해 3월에 숨지는 바람에 지금까지 공석이었다.
메네피는 내년 1월까지인 터너 전 의원의 잔여 임기 동안 하원의원직을 수행하게 된다. 메네피는 선거 기간 보편적인 건강보험을 공약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을 이끄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을 탄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연방하원에서 민주당이 1석을 늘리면서 앞으로 공화당은 하원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당 소속 의원의 이탈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총 435석인 하원은 현재 공화당 218석, 민주당 213석이며 텍사스주 18선거구를 포함해 4석이 공석이다. 메네피 의원이 취임하면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석 차가 5석에서 4석으로 줄게 된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