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조선업 외노자 논쟁… 노동자는 죄가 없다
김민진 지역사회부 차장
“월 220만 원짜리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해 몇조 원씩 남기며 세계 최강 경쟁력을 갖는 게 이상하지 않나?”
지난달 23일 울산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조선업 활황의 이면을 짚으며 한 발언이다.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다단계 하청 구조와 저임금 그리고 이로 인한 인력난과 과도한 외국 인력 의존 실태를 꼬집은 것이다.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를 싸게 고용하는 건 좋은데 지역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냐. 생활비 외엔 본국에 송금할 텐데 그게 바람직하냐는 논란이 있다”라고도 했다.
실제 대표적인 ‘조선 도시’ 경남 거제시와 울산시는 최근 폭증하는 외국인 노동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감은 넘쳐나는데 일손이 부족한 조선업계 입장에선 외국인 노동자가 구세주나 다름없지만, 정작 지역 사회는 내국인 일자리 감소와 경기 침체라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산업 성장이 경제와 양질의 고용으로 이어지지 못해 지역은 되레 쇠퇴하는 비정상적인 구조에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 주민들은 급기야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자체도 내국인 중심 기술인력 구조 재편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잘 나가는 조선업계가 어쩌다 이런 불편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걸까? 2000년대를 전후해 초호황을 누리던 조선업계는 2015년을 기점으로 해양플랜트 부실로 인한 조 단위 손실에다 상선 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긴 빙하기를 맞았다. 이에 정부는 국가 기간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혹독한 감원 칼바람에 노동자들은 하나, 둘 짐을 쌌다. 다행히 2020년을 전후해 업황은 살아났지만 떠나간 노동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불황을 거치며 가뜩이나 열악한 저임금이 고착한 데다, 경기 부침이 심한 조선업 특성상 호황이 지나면 언제든 다시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물 들어오는데 노 저을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외국인 노동자 확대였다. 덕분에 업계는 급한 불을 껐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일자리 대부분을 외국인이 차지하면서 정작 지역 노동자는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 경제도 냉골이다. 과거 내국인 노동자로 북적이던 시절엔 소득의 상당수가 지역에서 소비돼 호황의 ‘온기’가 지역 사회에 고스란히 퍼졌다. 반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소득 대부분을 가족이 있는 본국으로 보낸다. ‘담배가 최고의 사치’라는 말이 나올 만큼 소비에는 인색하다.
그렇다고 그저 열심히 일한 이들을 탓할 수도, 억지로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내 조선업 외국인 노동자는 2만 3000여 명. 대부분 내국인이 꺼리는 도장·용접 등 공정에서 일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다, 힘들고 험한 일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내국인 확대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과 6월 지방선거가 맞물려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이 다시 들썩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국인 없인 공장 문 닫아야 한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닌 지금, 무작정 밀어내기보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현실을 인정하고 이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소비를 유도하는 선순환 정책을 고민하는 게 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