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t 장비 내리려 2m 남극 얼음 깰 때 정말 조마조마했죠” 김봉욱 북극 첫 횡단 국적선 선장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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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선장
세종과학기지 등 극지 연구 도와
우리 과학의 위상 높이는 데 기여
쇄빙·북극횡단 경험 널리 알릴 것

“20t이 넘는 장비를 내려야 하는데 부두가 없어요. 튼튼한 얼음 위에 내리느라 두께 2m 넘는 얼음을 깨는데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요.”

2016년 국적선인 팬오션 선샤인호를 몰고 북극항로를 최초로 횡단한 인물(부산일보 1월 13일 자 1면 보도)인 김봉욱 선장을 만났다. 북극항로 횡단 말고도 아라온호 선장으로 남극과 북극을 누빈 이야기가 더 있었기 때문이다.

김 선장은 2011년 7월부터 2014년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약 2년 4개월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선장을 맡아 극지연구를 도왔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항해는 2013년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할 때였다.

“기지 건설에 쓰일 장비와 건설 자재를 아라온호로 나르는데 별도 부두가 없어 얼음 위에 그냥 무거운 장비를 내려야 했어요. 아라온호는 1m 얼음을 3노트(시속 5.5km) 속도로 깨도록 설계됐는데 그것보다 훨씬 두꺼운 2m 이상 얼음을 깨느라 여간 신경을 쓴 게 아니었습니다. 하역 공간에는 충격이 가면 안 되니 더 그랬죠.”

김 선장이 지휘하는 아라온호는 남극에 건설장비를 내린 뒤 뉴질랜드 리틀턴항에서 과학자들을 싣고 중앙해령으로 향했다. 아프리카 최남단에서 북극해까지 연결되는 이 해령에서 30노트(시속 약 56km)가 넘는 강풍과 악천후를 만났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해저 화산 시료 채취에 성공했다. 이어 아문젠해에서는 회수 장치(어쿠스틱 릴리즈) 고장으로 회수를 포기하고 있던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소유의 해저 400m 속 연구 장비를 과감히 인양하기도 했다.

역시 같은 해 4월 중순 남극 웨델해의 라센 빙붕 주변 탐사는 거대한 빙산들이 산재해 항해하기에 위험할 뿐 아니라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여서 탐사를 꺼리지만 김 선장이 이끄는 아라온호가 탐사에 성공했고, 라센 빙붕 아래 해저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하도록 도왔다.

“우리나라의 극지 탐사 능력을 세계 과학계에 널리 알리고, 우리 과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보람이 지금도 큽니다.”

김 선장의 항해는 멈추지 않았고, 2016년 팬오션 선샤인호를 지휘해 텐진~부산~러시아 야말반도~벨기에 쥐브리헤항을 잇는 북극항로를 완전 횡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아라온호의 경험으로도 북극항로 쇄빙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김 선장은 퇴직한 이후 지금도 촉탁직 선장으로 팬오션 배를 지휘하고 있다. 이달 말이면 또 항해를 떠난다 했다. 1983년 2월 시작한 그의 항해가 멈추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 하니 휴대폰에서 남극과 북극 오로라 영상을 보여줬다.

“남극 오로라는 붉은 빛이, 북극 오로라는 초록 빛이 돌더군요. 정말 황홀한 경험이었습니다.”

아라온호에 함께 오른 승객들을 신새벽에 불러 깨울만큼 춤추는 천상의 우주쇼는 아름다웠다고 했다. 장엄한 자연을 조금씩 알아가는 인류의 맨 앞에서 키를 잡았던 그의 어깨가 새삼 듬직했다.

10년 동안 끊겼던 북극항로에 다시 배를 띄우려는 이 시대 후배들에게 그의 경험과 노하우가 온전히 전수되도록 각계가 관심을 기울일 일이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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