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카드 만지작… 대이란 압박 수위 높이는 트럼프
항공모함 링컨호 걸프 해역 이동
핵 협상 나오라며 군사적 압박
미국, 공습 등 여러 옵션도 검토
이란, 강경 대응과 함께 협상 시사
지난 26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반미 광고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지역으로 대규모 함대를 이동시키며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취약해진 이란의 핵무기 금지 합의를 종용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의 강한 군사적 압박에 직면한 이란은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도,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외교적 출구를 열어뒀다.
영국 BBC 방송은 28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과 중동 내 군사 움직임을 분석하며 미국이 또다시 대이란 군사 작전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조명했다.
BBC는 “F-15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등을 추적해 이들 군사자산이 중동에 도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서는 이란 영공 인근에서 P-8 포세이돈 해상초계기와 각종 드론의 활동이 관측됐다. 영국 역시 지역 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타이푼 전투기 비행대대를 파견한 상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거대한 함대가 이란으로 향하고 있다”며 “위대한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을 필두로 한 함대는 베네수엘라에 보냈던 것보다 더 큰 규모”라고 올렸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함대는 필요하다면 신속하고 폭력적으로 임무를 즉각 수행할 수 있으며 준비돼 있고 의지가 있다”고 했다.
실제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던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방향을 틀어 걸프 해역으로 이동했다. 항공모함 전단은 미국 군사력의 상징이다. 링컨호 항공모함 전단은 적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최신형 F-35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해 약 70대의 함재기를 운용한다. 이와 함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구축함 3척과 핵 추진 잠수함까지 동행하고 있다.
이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사상자가 대거 발생하고 민심이 들끓자 이를 고리로 미국이 이란을 향한 압박 수위를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지 외신들은 미국이 대규모 공습도 검토하고 있다고 28일 보도하기도 했다. CNN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고려 중인 군사 옵션에는 이란의 지도부와 시위대 사망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이란 안보 당국자들에 대한 공습, 이란 핵시설과 정부 기관 등에 대한 타격 등이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군경과 지도부를 겨냥해 제한적 타격 등 여러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력 동원과 관련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 항공모함 전단이 중동에 전개된 이후 군사적 선택지가 훨씬 늘어났다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침략에 강력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맞받아치면서도 핵 협상에 열려있다는 뜻을 보였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8일 SNS 엑스(X)에 “우리의 용감한 군대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사랑하는 조국과 하늘, 바다에 대한 어떠한 침략에도 즉각적이고 강력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12일 전쟁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 덕에 우리는 더 강력하고 신속하며 심도 있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동시에 이란은 언제나 상호 이익이 되고 공정하며 평등한 핵 협상을 환영해 왔다”고 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