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고려아연, 긴 분쟁 끝내고 부울경 성원에 화답해야
박지훈 경제부 기자
고려아연을 둘러싼 현 경영진 최윤범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의 분쟁은 1년 3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함께 현지에 11조 원 규모의 핵심광물 생산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하자 공방이 가열됐다.
핵심 쟁점은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정부가 가져갈 고려아연 지분 10%다. 최 회장은 미국 정부가 든든한 우군으로 나서며 현재 44 대 32로 열세인 지분 싸움에 반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영풍·MBK는 ‘백기사’를 동원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한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미국 정부의 일반적인 투자 방식일 뿐이라며 제기된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영풍·MBK가 의결권이 줄어드는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업에 제동을 걸어 예상되는 고려아연의 사업적 피해 역시 고려해야 한다.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그동안 기업가치와 일반 주주의 권리를 위해 책임을 다했는지 되묻고 싶다.
경영 능력도 의구심이 커진다. 영풍은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에서 1300만 영남 시민의 젖줄인 낙동강 오염의 원인을 제공했다. MBK 역시 올해만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와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등 대형사고 2건으로 경영 방식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MBK가 대주주인 홈플러스는 부울경에서 대규모 희망퇴직과 줄폐점, 점포 부지 매각 등으로 지역 경제에 상처를 남겼다.
고려아연은 부울경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기업이다. 주력사업지인 울산 온산제련소는 3000여 명의 노동자와 100여 개의 협력업체가 일한다. 노동자 상당수는 인근 부산과 경남에 거주하거나 생활권을 공유한다. 협력업체 대다수도 부산·경남에 있다. 기업의 명운이 부울경 전체에 파장을 미친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경영권 분쟁을 하루 빨리 마무리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미국 제련소 건설은 고려아연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중국 위주의 전략광물 공급망을 재편하는 한미 양국 안보 전략의 중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최근 온산제련소에 1조 5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와 채용도 약속했다. 미국 진출에 따른 국내 사업 위축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계속되는 지역경제의 위기 속 반가운 소식이다. 남은 과제는 성실한 약속 이행이다. 긴 경영권 다툼을 끝내고, 그동안 힘을 보탠 부울경의 성원에 화답할 차례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