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나쁜 선례 막아야” 현대건설 제재 재추진
가덕신공항 팽개치고 책임 회피
현대건설 부정당업자 대상 여부
국토부, 기재부에 재판단 요청
“개별 사실 관계 판단의 문제”
법제처 정리에 ‘제재’ 길 열려
김해국제공항이 개항 이후 처음으로 지난 19일 국제선 여객 연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김해국제공항은 향후 장거리 노선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지난 19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열린 국제선 여객 1000만 명 돌파 기념행사에서 참석 내빈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입찰 조건을 어기고도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던 현대건설에 대해 다시 제재 가능성이 열렸다. 법제처가 해당 사안을 “법 해석이 아닌 개별 사실관계 판단의 문제”라고 정리하면서, 국토교통부가 입찰공고에 적시된 84개월 공사 기간을 어기고 108개월로 기본설계에 제시하는 등 입찰을 사실상 방해했다는 내용을 근거로 기획재정부에 재차 판단을 요청했다.
21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입찰 조건을 어긴 현대건설을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달라고 기재부에 다시 요청했다. 부정당업자란 국가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서 부정한 행위나 담합 등을 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일정 기간 입찰 참가 자격을 박탈하는 제도다.
현대건설은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입찰공고문에 명시된 공사 기간 84개월을 지키지 않고, 공기를 108개월로 하는 기본계획을 만들어 국토부에 제출한 바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시추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공기를 24개월 늘린 기본계획을 제출한 점이 문제가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입찰 조건을 알면서도 그 조건을 일부러 맞추지 않은 것은 입찰 절차를 방해할 의도가 있지 않느냐고 생각했다”며 “지난번에는 단순히 조문에 대한 해석이었고 이번에는 경위가 어떻게 됐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기재부에 판단을 다시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9월 기재부에 현대건설이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과 제2항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 또는 이행 관련 행위를 하지 아니하거나 방해하는 등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 해석을 요청했다. 이에 기재부는 현대건설을 부정당업자 제재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대건설이 수의계약 과정에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계약 체결을 거절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히 법 조문에 대한 해석보다 현대건설의 실제 행위를 중심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법제처가 국토부의 현대건설 부정당업자 제재와 관련한 질의에 “그 문제는 법의 해석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판단해서 부처에서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고 회신했다.
이에 국토부는 현대건설이 활주로 부지의 지반 시추 조사를 하지 않았고 입찰공고문에 나온 공사 기간 84개월을 어기고 기본설계에 공사기간 108개월을 적시하는 등 매우 불성실하게 입찰에 임했다는 사실관계를 적시해 다시 판단을 맡겼다.
시민사회는 이번 사안을 개별 기업의 책임뿐만 아니라 향후 국책사업 전반의 신뢰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현대건설을 부정당업자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미래사회를위한시민공감 이지후 이사장은 “원칙과 상식대로 처리해야 한다”며 “현대건설이 국가계약법을 위반했고, 그것에 대해 제재하지 않는다면 법과 규칙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만약 기재부의 논리가 인정되면 앞으로 모든 수의계약은 정식 계약이 아니므로 기업은 언제든 의무를 회피할 수 있게 된다”며 “현대건설을 부정당업자로 제재하지 않는다면 국가계약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