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덕신공항 팽개친 현대건설, 국책사업 나쁜 선례 막아야
지반 시추조차 않고 일방적 사업 포기
기재부, 부정당업자 지정 판단 내려야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전경. 김경현 기자 view@
가덕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였다가 공기 연장 불가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공사 참여를 포기한 현대건설을 제재할 수 있을지가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관련 사업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현대건설의 부정당업자 제재를 위해 국가계약법 소관 부처인 기재부에 사실관계 판단을 다시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부산지역을 비롯해 가덕신공항 조기 개통을 간절히 바라는 동남권은 국책사업을 무책임하게 팽개침으로써 사업을 지연시킨 대기업에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향후 공사 재입찰 과정에서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준엄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국토부는 상반기 기재부에 현대건설 부정당업자 제재 가능성 판단을 요청했다가 제재 대상 지정 불가 판단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법제처가 해당 판단은 사실관계를 따져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해석을 별도로 내놓자 국토부는 최근 새로운 사실관계를 첨부해 기재부에 제재 가능성 판단 재요청을 했다. 국토부가 새롭게 첨부한 사실은 현대건설이 활주로 부지의 지반 시추 조사조차 실시하지 않는 등 사업 불참 근거가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새로운 사실관계가 현대건설의 사업 불참 결정 근거 부족으로 인정되면 현대건설을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공공 입찰 제한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이후 갑자기 공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현대건설은 공기를 국토부와 당초 합의한 84개월이 아니라 108개월로 늘려야 한다고 버티다 5월 사업 불참을 선언했다. 이후 가덕신공항 사업은 아직까지도 후속 시공자가 선정되지 못 하는 등 공항 개통 시기가 당초보다 6년 늦어질 위기에 처했다. 그러는 사이 김해공항은 올해 국제선 이용객만 1000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시설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김해공항의 인프라는 수하물 수취 시간, 주차 시설 등에서 전국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현대건설이 무책임하게 사업 불참 선언을 한 여파는 동남권에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겼다. 재입찰이 추진되고 있으나 공기를 놓고도 여전히 새 우선협상대상자의 신의성실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트라우마는 더욱 크다. 국책사업 시공자가 기본설계 과정에서 해상 지반 시추 같은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입찰 조건을 내팽개치는 행위를 방치한다면 향후 재입찰에도 나쁜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 가덕신공항은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인프라다. 조기 개항 꿈이 흔들리도록 한 책임조차 엄히 물을 수 없다면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구호는 사탕발림이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