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어서오세요, 해양수산부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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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내일 부산청사서 업무 시작
내년 부산항 150주년, 개청 30주년
해양수도 부산 위상 세울 중요한 시점
해운·항만·금융 등 집적화는 필수
'블루 덴마크' 넘는 '블루 부산' 필요
HMM 이전 등 해운사 집적화 이뤄야

내일이다. 해양수산부가 23일 개청식을 열고 ‘부산 시대’를 시작한다. 해수부는 1876년 부산항이 열린 지 150주년이자, 개청 30주년인 2026년의 첫 태양을 부산에서 맞이한다.

해수부 부산청사 개청을 앞둔 지난 주말 저녁, 부산 동구 산복도로의 야경에 발걸음을 멈췄다. 산복도로에서는 해양수산부 부산청사의 간판이 환하게 켜진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해수부 청사 옆으로는 부산 북항과 부산역, 부산항대교가 펼쳐졌다. 이어 부산을 지켜온 부산 앞바다가, 그리고 하늘의 별빛이 땅에 내려온 듯한 산복도로 주택가의 불빛이 켜져 있었다. 산복도로는 150년 전 부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파노라마로 보여주는 듯 했다.


부산은 지난 2일 ‘대한민국 해양수도’가 됐다.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1876년 개항 이후 대한민국을 세계로 잇는 관문이 된 부산이 149년 만에 해양수도로서의 지위를 얻은 순간이었다.

해수부 이전은 부산에 긍정적인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800명이 넘는 해수부 직원들이 부산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청사 인근 상권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임대 팻말이 나부끼던 상가에는 한곳 한곳 불이 켜지고 있다. 청사 인근 한 단골식당 주인은 “계절은 겨울인데, 마음은 봄이다”며 “해수부 손님들에게 뜨끈하고 맛있는 밥으로 대접할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이 일으킨 파동은 더 커져야 한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수도권에 집중된 해양·수산·해운물류 산업의 중추를 ‘현장’으로 옮기는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이다. 다양한 분야의 현장 목소리가 해수부의 정책에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정책과 현장은 결합돼야 시너지가 발생한다. 이미 세계 주요 해양 강국들은 정책 결정과 현장이 결합된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들 국가의 체제는 우연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얻은 결과물이다. 덴마크는 수도인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블루 덴마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는 해운, 항만, 조선, 해양 기자재, 해양 금융 등 모든 해양 산업군을 묶어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코펜하겐에는 해양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와 세계 최대 해운 선사인 머스크의 본사가 한 곳에 있다. 해운 분야 금융 기관도 함께 한다.

프랑스도 다르지 않다. 프랑스 마르세유는 지중해의 관문 항만으로, 프랑스 대표 해운사의 본사가 있다. 프랑스 정부는 마르세유를 중심으로 정책과 금융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 역시 항만, 해운사, 해운 금융, 해사 서비스를 한데 모아 도시의 역할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 도시의 항만은 단순한 하역 공간이 아니라 산업과 도시를 움직이는 엔진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한민국 부산은 이들 나라를 뛰어넘은 항구 도시다. 부산항은 이미 환적화물 처리량 세계 2위, 컨테이너 처리량 세계 7위, 항만 경쟁력 순위 4위로 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 해운사의 본사와 공공기관, 선박 금융기관은 서울과 세종에 있다. 해수부가 부산으로 오고 일부 해운사가 부산으로 본사를 옮겼지만, 여전히 주요 해운 기능은 서울이 중심이다.

해수부가 부산에 온 만큼 부산은 이제 ‘정책 실행 도시’에서 ‘정책 설계 도시’로서 진화해야 한다. 해수부의 해운·항만·물류·수산 정책이 여러 공공기관, 해양금융 기관·기업에 의해 직접 집행되는 체제를 부산에 정착시켜야 한다. 부산이 진정한 해양수도로서의 기능을 갖추려면, ‘모든 해운 관련 의사결정은 부산에서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덴마크의 ‘블루 덴마크’를 뛰어넘는 ‘블루 부산’ 프로젝트가 추진돼야 한다.

‘블루 부산’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1위 해운기업인 HMM을 비롯한 대형 업체들의 부산 이전이 필요하다. 국내 1위부터 10위 해운기업 중 부산에 본사를 둔 업체는 단 두 곳뿐이다. 해운사의 이전은 선박금융, 해상보험, 해사법률 등 수많은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해운 강국인 덴마크와 싱가포르 등은 모두 해운사의 집적화에 성공했다.

대형 해운사들의 부산 이전은 곧 해양 전문 인재 양성의 근간이 된다. 부산은 부산대, 국립부경대, 국립한국해양대 등 인재 양성을 위한 좋은 터전을 갖추고 있다. 지역 인재들이 해운사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고, 이들이 부산의 해양 비즈니스를 키우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해양금융도 ‘블루 부산’에 날개를 달아줄 분야다. 매년 글로벌 선박 금융 거래액이 수백조 원에 이른다. 해양금융은 세계 금융중심지를 노리는 부산이 도전해야 할 미래 먹거리다.

10년 뒤, 부산 산복도로에서 바라본 부산항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한다. 부산항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길 기대한다.

김한수 편집부장 hangang@busan.com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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