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빠진 쿠팡 청문회, 외국인 대표는 ‘동문서답’만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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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로저스 임시 대표 출석
사과 후 보상안 검토 밝혔지만
김범석 관련 질문, 회피로 일관
위원장 “고발·국정조사 추진”

17일 청문회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이사가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청문회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이사가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와 관련한 국회 청문회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불참으로 예상대로 ‘맹탕 청문회’로 끝났다. ‘김범석의 복심’으로 불리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출석해,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했지만 김범석 의장과 관련된 질문에는 말을 돌렸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는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심려와 우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보상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규제 기관 조사에 응하고 있으며, 파악 중이다. 조사 결과와 함께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김범석 의장은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비즈니스 일정상 출석이 불가하다”며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지난 10일 사임한 박대준 전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강한승 전 대표는 사임한 지 6개월이 지나 이번 개인정보 유출 건을 알지 못한다며 불참했다.

이날 로저스 대표는 김범석 의장의 불출석 사유와 소재 등 민감한 질문이 나오자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불출석 이유를 묻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질의에 “쿠팡 한국의 대표 이사로서 어떤 질문이든 성심껏 답하겠다”며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로저스 대표의 말 돌리기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재차 김 의장의 소재를 묻는 황정아 민주당 의원에도 “제가 한국어를 하지 못해 확인하고 싶다. 제 답변이 제대로 통역되고 있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쿠팡의 한국 사업 최고 책임자를 확인하는 질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황정아 의원이 “미국 공시에 김범석 의장이 한국 사업의 최고운영 의사결정자라고 공시돼 있다. 맞느냐”며 정확한 확인을 요구 했지만 로저스 대표는 “제가 오늘 한국법인 대표로서 모든 질문에 답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김 의장의 불참과 로저스 대표의 답변 등 쿠팡의 불성실한 청문회 태도에 과방위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최형두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는 김 의장의 불참에 대해 “글로벌 CEO라는 이유로 참석 못 하겠다는 건 언어도단”이라며 “국민을 우롱하고 전 세계 쿠팡 투자자에 절망을 안기는 내용”이라고 강하게 꼬집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쿠팡 매출의 90%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함에도 글로벌 기업 최고 경영자라는 이유로 불출석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김범석 의장과 박대준·강한승 전 대표 등 이날 청문회에 불참한 핵심 증인 3인에 대한 고발조치와 함께 쿠팡 사태 국정조사를 추진할 뜻을 밝혔다.

한편 정부 역시 쿠팡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시사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쿠팡 영업 정지 여부에 대한 논의를 공정거래위원회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문회에 출석한 배 부총리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쿠팡 영업 정지에 관한 논의 상황을 묻자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 공정위와 현장 조사를 나갈 것”고 대답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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