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8000만 원 버는데 탕감 새출발기금 ‘빚 감면’ 논란
4억대 코인 보유자도 빚 탕감 등
감사원, 총 840억 부당 감면 지적
금융위 “소득·자산 따라 차등화”
한 지하철역에 개인회생·파산면책 전문 법무법인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새출발기금이 변제능력이 충분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도 수백억 원의 빚을 감면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도덕적 해이’ 심사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새출발기금 감사원 지적사항에 대한 대응 방향’ 자료를 통해 “실제 소득이 과도하게 많은 경우 등은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선정 심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전날 새출발기금 원금 감면자 3만 2703명의 변제능력을 분석한 결과 1944명이 변제능력이 충분한데도 총 840억 원을 부당 감면받았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한 입장이다. 특히 월소득이 8084만 원으로 변제 능력이 충분한데도 채무 2억 원을 감면받거나 4억 3000만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도 1억 2000만 원의 빚을 탕감받은 경우 등이 지적 사례에 포함됐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브리핑에서 “향후 소득·자산 수준에 따라 원금 감면 수준을 차등화할 것”이라며 “구간별로 원금 감면율을 어떻게 정할지는 운영 사례와 차주들의 상황 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새출발기금 채무감면 신청자가 가상자산 취득 사실을 은닉했을 가능성을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는 “가상자산사업자와 연계해 신청자의 가상자산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이나 비상장주식 보유 사실을 숨기거나 신청 직전 재산을 가족에게 증여한 사례의 경우 환수 조치를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재산과 가상자산 보유 정보를 금융회사로부터 일괄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신용정보법 개정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위는 새출발기금이 코로나 시기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였기 때문에 절대적 소득 기준보다는 순부채를 기준으로 설계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원 대상인 자영업자의 경우 부채 규모가 크고 영업 제한 등에 따라 소득이 크게 감소하던 상황이었고, 코로나 당시 실시간으로 매출이 변동하는 상황에서 신청 직전년도 신고 소득 기준으로 상환능력을 판단하는 것이 부적절했다는 설명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