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밈
김미령 (1975~)
여러 번 소리 내 부르면 가운데가 텅 비는 이름
우스꽝스럽게 눈 모으고 혀 내민
들여다볼수록 더 모르겠는 얼굴이 거기
우리가 알고 있는 그가 정말 그였는지
각자의 기억에서 그는 오리너구리거나
종이비행기거나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누구로도 완성되지 않는
어느 날 도시 한복판에 뜬 오로라였던
처음엔 상상이었지만 나중엔 정말 그렇게 믿은
모두의 첫사랑이자
모두의 사기꾼
우리가 말없이 공유했던 거짓은 무엇이었을까
저마다의 상실감은 저마다의 몫
원양어선을 탔는지 선교사로 오지를 떠돌았는지
어느새 기별 없이 완전히 사라진
우리 다 죽고 없는 저기 뜬소문처럼
단 하나의 빛으로 살아남은
-시집 〈제너레이션〉(2025) 중에서
시는 대상에 대한 진술이 아니라 상상력이 이끄는 낯설고 모호한 움직임입니다. 판단이 아니라 일종의 모험입니다.
이 시는 이질적인 것들의 혼합, 혼돈, 모호함의 언어 마술, 그 매혹을 보여줍니다. 밈(meme)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생각, 행동, 스타일 등의 문화적 요소를 의미합니다.
스스로를 복제하며 퍼져나가고 모방되고 변형되며 확산되는 것들. 무수히 많은 방향이 동시에 움직이는 시와 밈이 닮았단 생각이 듭니다. 상상으로 시작했으나 믿게 된 일들. 단 하나의 빛으로 살아남은 뜬소문일지도 모릅니다.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것들. 빛의 속도로 복제되고 확산되는 현상들 속에서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거짓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