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당 창당 30년 만에 공식 해산
2월부터 해체 수순… 14일 총회서 가결
로킨헤이 대표 “정치적 환경 쉽지 않아”
중국 압박 속 주요 민주 정당 모두 해산
외신, 홍콩 민주화 세력 붕괴했다 평가
14일(현지 시간) 홍콩 민주당 당사에서 로긴헤이 주석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콩 민주당은 이날 공식적으로 해산을 결정했다. AFP연합뉴스
올해부터 해체 수순을 밟아온 홍콩 민주당이 창당 30여 년 만에 해산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홍콩의 공식 민주화 세력이 사라지게 됐다.
15일(현지 시간) 로이터·AP·홍콩프리프레스(HKFP)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개최된 민주당 임시총회에서 당 해산 동의안이 가결됐다.
로킨헤이 민주당 대표는 투표에 참여한 당원 121명 가운데 117명이 해산에 찬성표를 던졌고 4명이 기권했다고 밝혔다. 반대표는 없었다.
이에 홍콩 최대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30여 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지도부가 당 해산 방침을 정한 뒤로 해체 수순에 들어갔으며 4월 해산 결의안을 마련하고 이날 총회 투표에 부쳤다.
로킨헤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우리는 한 장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힘닿는 범위에서 모든 것을 시도했지만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에는 전반적인 정치적 환경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민주당의 해산이 홍콩에서 수십 년 간 유지한 민주화 세력이 사실상 붕괴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AP는 “홍콩 최대 민주화 정당의 해산 결정으로 한때 다양했던 홍콩 반(半)자치 시의 정치 지형이 종말을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도 “최근 수년 간 이어진 안보 단속에도 남아있던 홍콩의 자유주의 목소리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달성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총회에서 구체적인 해산 사유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중국 당국의 압력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당 지도부는 앞서 외신 인터뷰 등에서 중국 당국자 등으로부터 당을 해산하지 않을 경우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은 보통선거권을 주장하고 당헌에 ‘홍콩은 중국의 불가분한 일부’라고 적시하는 등 온건 자유주의 성향의 정당으로 분류된다. 민주당은 1994년 창당해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고 1998년 입법회 선거에서 60석 중 13석을 차지하는 등 홍콩 민주 세력을 대표했다. 홍콩에서는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2021년 ‘애국자만 출마 가능’ 조건을 단 선거제 개편 등을 거치며 야권 세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