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눈] 비긴급 신고에 갇힌 112… 골든타임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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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일단 아무 화장실이나 들어와서 볼일을 봤는데, 휴지가 없다는 신고. 이런 것도 경찰의 업무가 맞냐는 동료의 질문에 “뭐 그런 것까지 신고하냐”라며 웃어 넘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112상황실에 근무하면서 생각보다 비슷한 신고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12신고 중 경찰의 개입이 진정으로 필요한 사안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신고가 하루에도 수천 건씩 들어온다. 혼자 해결하기 어렵고 난처한 상황이 오면 가족 외에 당장 생각나는 사람이 경찰, 그리고 112라는 번호라는 점은 백번 공감한다. 하지만 112는 생명·신체·재산을 위협하는 긴급한 상황에 가장 먼저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그런데도 비긴급 신고가 전체 신고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현실은 참으로 갑갑하다. 진짜 위급한 사건을 놓칠 위험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1월을 기준으로 부산 전체 112신고 중 42%가 생활 불편·단순 상담 등 비긴급 상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출동이 필요없는 신고(코드4)라는 사실에 대해서 한번은 다함께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국민의 모든 문제를 경찰이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사실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찰 본연의 임무는 위험과 범죄로부터의 보호이며, 생활편의 민원을 전담하는 기관은 따로 있다. 바로 민원상담 번호 110이다.

112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망이다. 비긴급 신고가 경찰 업무가 아닌 이유는 경찰이 그 일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누군가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경찰의 역량이 제대로 닿기 위해서는 비긴급 신고가 반드시 줄어들어야 한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112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부산시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장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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