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진료비 새는 구멍… ‘한방 세트치료’가 주범?
경상환자 인당 치료비 87.8만 원
2023년 대비 5.4% 늘어난 규모
한방병원 과잉 진료가 원인 지목
지난해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치료비가 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폭설 상황을 가정해 실시된 도로 제설 훈련에서 구조대원들이 눈길 교통사고 운전자를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치료비가 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방병원 치료비 증가율이 양방 치료비 증가율의 4배에 달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4개 회사의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12∼14급) 치료비는 약 1조 30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치료비를 치료 인원으로 나눈 인당 치료비는 87만 8000원으로 전년보다 5.4% 늘었다.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인당 치료비는 2023년 사고일 4주 이후 2주마다 보험사에 진단서를 내도록 한 제도개선 방안이 도입된 이후 0.6% 감소했다가 작년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진단서를 반복해서 발급하는 병원들이 생기면서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탓이다. 특히 한방병원의 과잉진료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작년 양방병원의 치료비가 약 272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 늘어난 데 비해 한방병원의 치료비는 약 1조 323억 원으로 8.6% 불어나서 증가율이 거의 4배에 달했다. 경상환자의 한방병원 쏠림이 심화하면서 한방병원을 찾은 경상환자는 2021년 89만 명대에서 작년 101만 명대로 크게 늘었다. 양방병원을 찾은 경상환자는 2021년 87만 명대에서 매년 줄어 작년 82만 명대를 기록했다.
작년 한방의 인당 치료비는 101만 7000원으로 양방(32만 9000원)의 3배가 넘었다. 일부 한방병원이 증상이나 사고 정도와 무관하게 침술·첩약·추나 등 다양한 처치를 일괄 시행하는 이른바 ‘세트치료’로 진료비 규모를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최근 시민단체 ‘소비자와함께’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동차보험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75%는 이러한 세트 청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약 82%가 경미한 자동차 사고 시 피해 상대방이 한방 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는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62%는 이러한 한방 진료비 증가가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며 이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보험연구원 전용식 박사는 “양방 진료 대비 한방 진료의 수가 기준 등이 불분명한 부분이 많아 보험금 누수가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며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 시 세부적인 심사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