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 '풍전등화'… 문화유산 피해 심각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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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 고운사 화마에 큰 피해
보물 가운루·연수전 뼈대만 남아
부산 기장 장안사 소장 유물 옮겨
경북북부 제2교도소 수용자 이송
울산·양산·김해 진화 총력 대응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 천년 고찰 고운사가 산불에 완전히 소실됐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은 소실됐고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은 옮겨져 화마를 피했다. 연합뉴스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 천년 고찰 고운사가 산불에 완전히 소실됐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은 소실됐고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은 옮겨져 화마를 피했다. 연합뉴스

경북 지역을 휩쓰는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사상자가 늘고 있다. 경남과 경북 등 산불로 숨진 이들만 25명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진화 작업을 벌이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교도소 수용자가 이감되고 천연기념물과 보물이 소실되는 등 화재의 여파가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0분 기준 이번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 잠정치는 사망 25명, 중상 12명, 경상 14명이다. 특히 경북 지역의 사망자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으로, 자택이나 갑작스럽게 대피를 시도하다가 차량 도로 등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영양군에서 숨진 4명 가운데 50·60대 남녀 3명은 일가족으로, 함께 차를 타고 대피하다가 전복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도로 옆 배수로에서 발견된 이들은 마지막까지 산불로 빠져나오지 못한 마을 주민을 구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덕군에서는 산불로 주민 100여 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이날 의성군에서는 진화 헬기가 추락하면서 헬기에 타고 있던 70대 기장 1명이 숨졌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4분께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헬기 1대가 추락했다. 추락 헬기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의 S76 기종 임차 헬기로 담수 용량은 1200L다. 이 헬기는 1995년 7월 생산돼 30년 가까이 운항했다. 사고 직후 산림청은 전국 산불 현장에서 헬기 운항을 중단했다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재개했다.

산불의 영향은 사회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경북북부 제2교도소 수용자 등 약 500명이 산불 확산에 대비해 대구지방교정청 산하 교정기관으로 이송됐다. 문화유산 피해도 심각하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의성군 고운사는 전날 사찰을 덮친 화마에 큰 피해를 봤다.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렸다. 고운사 입구에 세워진 최치원 문학관도 앙상한 뼈대만 남긴 채 전소됐다.

인근 안동시의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과 병산서원도 긴장 상태다. 산림청과 소방 당국은 방사포 등 장비를 동원해 마을 곳곳과 가옥 등에 물을 뿌렸다. 국가유산청은 전국에 국가유산 재난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4단계 재난 위기 경보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경남에서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에서는 언양읍 화장산 주불이 26일 아침 잡혔지만 온양읍 대운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되면서 26일 진화율이 78%까지 뒷걸음질쳤다. 산불 현장에서 부는 강풍으로 잔불이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탓이다.

산림 당국은 이날 오전 6시 10분부터 울산시 온양읍 대운산에 헬기 13대, 소방차 등 장비 76대, 인력 1200여 명을 투입했으나 주불 진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울주군의 산불 진화율은 이날 낮 12시 기준 78%로 전날 오후 7시 기준 92%보다 크게 떨어졌다. 전체 화선 18.8km 중 4km에서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산림 피해 면적은 658ha로 집계했다. 완전 진화됐던 김해시 산불은 생림면 한 야산에서 불씨가 되살아나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김해시는 26일 오후 2시 30분께 생림면 나전리 한 야산에서 불이 나 시와 소방 당국은 진화 작업에 돌입하고 임시 상황실을 설치했다. 불이 난 곳은 지난 22일 산불이 발생했다 25일 완전 진화 후 뒷발 감시 작업을 하던 곳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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