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희망은 있다 [건강칼럼]
장태원 고신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폐암은 전체 암 사망자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암 사망률 1위에 해당한다. 폐암 예방을 위해 당연히 금연이 강조된다. 그러나 미세먼지, 조리 매연, 라돈가스 등의 흡연 이외의 요인들도 폐암 위험인자로 작용하며 비흡연자 여성에서도 폐암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폐암 위험인자에 자주 노출된다면 2019년부터 흡연자를 대상으로 국가 검진에 포함된 저선량 폐 CT를 통해 정기적인 폐암 검진이 중요하다. 그러나 폐암은 초기에 자각 증상이 없어 60% 이상의 환자가 3~4기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다. 심지어 폐암 자체가 국소적으로 진행됐을 뿐 아니라 뇌나 뼈로 전이된 말기로 진단되는 사례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너무 가슴 아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폐암 치료는 병기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 병기와 환자 개개인에 맞춤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이가 발견된 4기 말기 환자의 경우 치료 선택지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신약 개발로 치료 환경이 상당히 발전했다. 폐암 중에서도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됐다. 표적 유전자를 찾아서 개개인에 적합한 표적 약물을 투여하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는 면역항암제 단독이나 일반 항암제 복합투여로 엄청난 생존 기간의 연장을 가져왔다.
그중에서 비소세포폐암의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EGFR 변이를 표적하는 항암제는 1세대를 넘어 3세대까지 개발됐다. EGFR 변이 환자를 위한 3세대 표적항암제인 오시머티닙과 레이저티닙은 1·2세대 약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항종양 효과가 뛰어나 현재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레이저티닙은 진단 후 처음 치료받는 1차 치료에서 다수의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질병 진행 없이 장기간 생존했다는 우수한 결과가 보고되었다. 또 1·2세대 치료제로 먼저 치료받다가 내성이 생겨 2차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도 괄목할 만한 결과가 나와 표준 치료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마땅한 치료 옵션이 없었던 내성 인자가 없는 뇌전이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여 처방될 수 있게 인정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시머티닙을 사용하고 진행한 환자에게도 MET 억제제와 레이저티닙 투여가 권고되고 있어 한국에서 EGFR 변이 환자의 치료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폐암 4기 진단이 곧 치료 불가능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수없이 많은 표적 약물들, 면역치료제, 방사선 치료, 새로운 임상약물들이 다양한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암 치료는 많은 경우 보험 급여가 적용돼 많은 환자가 큰 부담 없이 치료 가능하다. 그러니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