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령 운전자 시대’ 교통안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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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진 한국도로교통공단 남부운전면허 시험장 단장·공학박사

‘고령 운전자 시대’가 도래하였다.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의 14.9%가 65세 이상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먼저 연령을 확인한다. 고령자가 교통사고를 내면 “역시”하며 연령을 탓한다. 교통사고 원인은 운전자, 도로 체계, 차량 결함 등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결합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운전자의 연령이 상수가 되어 버렸다. 물론 대부분의 교통사고 원인 중 운전자의 과실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운전자의 연령 탓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잘못된 원인 분석이다.

고령 운전자는 초보 운전자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운전으로 생계를 책임진 분들이고 이구동성으로 운전은 자신 있어 하는 분들이다. 물론 일부이지만 65세 이상 운전이 베테랑 수준인 분들이 앞에 보행자가 나타나면 정지하지 못하고 가속을 하거나, 위급한 상황에서 교차로 한가운데 멈춰 서버리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고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전형적인 인지능력이 저하되어 운전을 하고 있지만, 운전의 목적을 잠시 잊어버리는 경향을 보인다.

남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만 2016년 한 해 적성검사를 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1만 7930명이었다. 2024년에는 6배 이상 늘어난 6만 6429명으로 급증하였다. 올해에는 더 많은 고령 운전자가 면허시험장을 찾아 적성검사를 받을 것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서는 실질적으로 고령 운전자의 운전 적성검사를 위해 정책 개발을 경찰청과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연말에 몰리는 고령자 적성검사로는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고령 운전자들은 교통안전교육도 유익하고 컨설팅도 좋지만 적성검사를 받기 위해 혼잡하고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분석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한 해에만 4만 건이 넘는다.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자는 900명을 초과하여 전체 사망자 중 50.5%를 차지한다. 고령 운전자도 자동차에서 내리면 고령 보행자가 된다. 고령 보행자의 교통사고 발생도 1만 건이 넘는다. 고령자 사망사고 중 보행자 비율이 45.8%이다. 전체 고령자 사망자 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보행 중에 발생하는 상황이다.

고령자는 운전해도 위험하고 걸어 다녀도 위험한 상황이다. 고령자가 가해자가 되고 또 피해자가 되는 게 교통 현실이다. 20대 젊은 층들은 운전면허와 마이카에 대한 관심이 고령 세대보다 덜하다.

남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2016년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는 4만 8969명이었지만 2024년에는 65.6% 감소하여 1만 6829명으로 급감하였다. 공유자전거, 공유킥보드, 대중교통환승시스템 등으로 운전면허증과 마이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운전은 조만간 사람의 몫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담당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자율주행차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 운전대를 아예 없애겠다는 자동차도 나온다고 한다. 그때까지 만이라도 고령자들의 운전면허 적성검사의 편의성을 더 할 수 있도록 하고, 자동차에는 정부의 보조금으로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 고령자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하여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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