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후경으로 그림 읽기 1
■알렉상드르 카바넬 '비너스의 탄생'
좋은 그림이란 어떤 그림일까? 관객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단적으로 말해 좋은 그림은 후경이 깊은 그림이다. 그렇다면 후경이란 무엇인가? 보통 잘 그려진 풍경화는 전경, 중경, 원경으로 나뉜다.
전경은 그림에서 가장 가까운 앞쪽에 그려진 이미지이다. 중경은 전경의 중간 배경이 되는 이미지이다. 원경은 가장 먼 쪽의 배경 이미지이다. 그리고 중경과 원경을 합쳐 후경이라 부른다. 따라서 그림의 구성은 크게 전경과 후경으로 나눌 수 있다.
알렉상드르 카바넬(1823-1889)의 ‘비너스의 탄생’(1863)은 전경에 비너스가 전통적인 콘트라포스토(Contrapposto)의 포즈로 바다에서 태어나는 장면을 담고 있다. 그는 바다 물결을 앞에서 크고, 뒤로 갈수록 작게 그린다. 이것은 선원근법이다. 앞의 바다 물결은 짙고 선명하며 그리고 뒤로 갈수록 옅고 흐리며, 전경의 하늘은 짙고 원경으로 갈수록 옅고 흐리다. 이것은 색채원근법이다.
이 원근법을 통해 화면에서 공간감, 거리감, 깊이감이 만들어진다. 빛이 왼쪽 위에서 대상들에 비추어지면서 명암의 대비가 생기고 입체감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모델링이다. 또한 비너스의 몸을 비롯해 각 대상의 묘사에서 색채와 밝기가 점차적으로 바뀌면서 양감, 볼륨감이 생긴다. 이것은 그라데이션이다.
카바넬은 몇 가지 전통적 ‘재현의 원리’를 통해 화면에 깊은 공간감, 입체감, 거리감을 만들어내며 전경과 후경을 멋지게 구현하고 있다.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은 아카데믹 화풍의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그를 19세기 프랑스 미술에서 촉망받는 인물로 자리매김 해주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조카 루이 보나파르트 나폴레옹도 이 그림에 매료됐다. 그는 1848년 12월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프랑스 국민의 나폴레옹 향수를 자극하여 7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1851년 12월 2일 친위 쿠데타를 감행해 의회를 해산하고 반대파를 체포했고, 이듬해 12월 2일 쿠데타 1주년에 나폴레옹 3세로 자칭하며 프랑스 제2제국을 선포했다. 그는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에 대해 찬사를 보내면서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여 황실 컬렉션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사실 '좋은 그림은 후경이 깊은 그림'이라는 이 글 첫머리의 관점에서 볼 때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은 좋은 그림이 아니다. 전경과 후경을 멋지게 구현하고 있지만, 후경이 깊은 그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후경이 깊은 그림이란 어떤 그림일까? 다음 칼럼에서는 후경의 깊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미술평론가·철학박사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