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 비공식 희생자 첫 재심… 74년 만에 ‘무죄’ 판결
광주지법, 고 한상용 씨 무죄 선고
고문 후유증 겪고 2017년 사망
2024년에야 공식 희생자 인정
법원은 2023년 재심 개시 결정
제주 4·3 사건 피해자지만 공식적인 희생자로 인정받지 않았던 수형인 중 처음으로 재심을 받은 고 한상용 씨가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2부 박재성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제주 4·3 피해자인 한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 씨는 1949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남로당원을 도왔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경찰에 체포돼 1950년 2월 광주지법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만기 출소한 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제대로 걷지 못한 채 살다가 2017년 사망했다. 한 씨 아내가 물질 등을 하며 삼남매를 포함한 가족 생계를 꾸렸고, 가족들도 연좌제와 사찰에 시달리는 등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고인은 평소 고문 등 트라우마로 4·3 피해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유족들은 제주 4·3 희생자 신청 절차를 잘 몰랐고, 한 씨가 정식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로 재심 개시를 요청했다.
‘희생자 미결정 일반재판 피해자’로는 처음으로 재심 대상이 된 한 씨는 재판 사각지대로 여겨졌다. 제주 4·3 군사재판 수형인 총 2530명 중 1479명은 올해 8월 기준 제주지법 제주4·3사건전담재판부 등에서 진행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씨 유족은 뒤늦게 4·3 희생자 신청을 해 재심 개시 결정 이후인 올 8월에야 공식적인 4·3 희생자로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지난해 제주지법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데다 그동안 4·3 관련 조사나 연구 결과를 볼 때 한 씨가 불법 구금이나 고문을 받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에 검찰은 “유족의 진술 청취 외 다른 심리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4·3 위원회 희생자 결정 심사에 준하는 객관적 조사를 거쳐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항고했다. 재판도 제주도가 아닌 광주에서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검찰 항고에 법원은 한 씨 재심 관할 법원은 광주라고 판단했다. 광주에서 열린 재심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고, 한 씨는 4·3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지 74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