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 비공식 희생자 첫 재심… 74년 만에 ‘무죄’ 판결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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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고 한상용 씨 무죄 선고
고문 후유증 겪고 2017년 사망
2024년에야 공식 희생자 인정
법원은 2023년 재심 개시 결정

올해 10월 31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일명 ‘공초왓’에서 제주 4·3 희생자 운구제례가 제주4·3희생자 유족회 주관으로 거행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에 따르면 이곳에서 최근 4·3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4구가 수습됐다. 연합뉴스 올해 10월 31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일명 ‘공초왓’에서 제주 4·3 희생자 운구제례가 제주4·3희생자 유족회 주관으로 거행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에 따르면 이곳에서 최근 4·3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4구가 수습됐다. 연합뉴스

제주 4·3 사건 피해자지만 공식적인 희생자로 인정받지 않았던 수형인 중 처음으로 재심을 받은 고 한상용 씨가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2부 박재성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제주 4·3 피해자인 한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 씨는 1949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남로당원을 도왔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경찰에 체포돼 1950년 2월 광주지법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만기 출소한 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제대로 걷지 못한 채 살다가 2017년 사망했다. 한 씨 아내가 물질 등을 하며 삼남매를 포함한 가족 생계를 꾸렸고, 가족들도 연좌제와 사찰에 시달리는 등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고인은 평소 고문 등 트라우마로 4·3 피해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유족들은 제주 4·3 희생자 신청 절차를 잘 몰랐고, 한 씨가 정식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로 재심 개시를 요청했다.

‘희생자 미결정 일반재판 피해자’로는 처음으로 재심 대상이 된 한 씨는 재판 사각지대로 여겨졌다. 제주 4·3 군사재판 수형인 총 2530명 중 1479명은 올해 8월 기준 제주지법 제주4·3사건전담재판부 등에서 진행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씨 유족은 뒤늦게 4·3 희생자 신청을 해 재심 개시 결정 이후인 올 8월에야 공식적인 4·3 희생자로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지난해 제주지법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데다 그동안 4·3 관련 조사나 연구 결과를 볼 때 한 씨가 불법 구금이나 고문을 받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에 검찰은 “유족의 진술 청취 외 다른 심리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4·3 위원회 희생자 결정 심사에 준하는 객관적 조사를 거쳐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항고했다. 재판도 제주도가 아닌 광주에서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검찰 항고에 법원은 한 씨 재심 관할 법원은 광주라고 판단했다. 광주에서 열린 재심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고, 한 씨는 4·3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지 74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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