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빠진 공공도서관 등장하나… 부산진구 조례 ‘논란’
민간위탁 놓고 의견 수렴
오는 10월 안건 상정 목표
공공성 훼손 등 부작용 지적
대학 교수협, 반대의견 제출
부산 부산진구청이 공공도서관을 민간 위탁 운영하려는 조례안을 상정하려 해 논란이 인다. 17일 부산진구청에 따르면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공공도서관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로 18일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 오늘 10월 안건 상정을 목표로 한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공공도서관 민간 위탁 내용이다. 해당 조례 제3장 제13조를 보면 “구청장이 효율적인 운영 및 관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도서관 운영 및 시설물 관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비영리 법인(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조례가 통과되면 부산진구는 부산에서 공공도서관 민간 위탁이 가능한 유일한 지자체가 된다. 부산시 집계결과 지난달 기준 부산지역 공공도서관은 총 49곳으로, 기초지자체 직영(33곳)이 대부분이다. 14곳은 교육청이 위탁 운영 중이며, 나머지 2곳은 시에서 운영한다. 부산진구청은 현재 ‘부산진구어린이청소년도서관’ 1곳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24년 양정과 당감에 공공도서관을 개관할 예정인데 우선 양정 도서관을 민간 위탁 운영할 계획이다.
공공도서관을 민간 위탁 운영하면 공공성 훼손과 서비스 질 저하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료 도서대출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녹음도서 배포 등 공공도서관의 공적 역할이 큰데 지자체가 도서관 운영에서 빠진다면 수탁기관의 책임성과 공공성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주민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보다 행사나 평가 지표 위주인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민간 위탁운영 방식은 도서관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위탁기관이 변경될 수 있는데, 이는 도서관 사서를 비롯한 직원들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진다. 2020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공공도서관 민간위탁 운영과 도서관 사서 노동실태에 따르면 2019년 서울시 공공도서관 167곳 중 지자체와 교육청 소속 22개 직영 도서관을 제외한 대부분은 공공과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지역 공공도서관의 사서 1640명 중 비정규직 고용이 3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 부산진구를 시작으로 부산지역 공공도서관의 민간위탁이 늘어나면 사서의 노동조건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부산대, 경성대, 동의대, 신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진으로 구성된 부산지역 대학 문헌정보학과 교수협의회는 지난 1일 부산진구 공공도서관 설치 및 운영 조례안 입법 예고 사항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공공도서관의 설립과 관리 운영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국가 또는 지자체에 두는 까닭은 공공도서관의 공공적 가치를 확보하고 지켜가기 위함에 있다”며 “구민에게 정보제공, 문화발전, 평생교육을 위해 설치된 공적인 문화기반 시설인 공공도서관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서 반드시 구에서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구의회에서 양정 도서관 민간 위탁 동의안이 부결돼 향후 해당 조례 안건 상정 때 갈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청은 당장 구 내 모든 도서관 민간위탁 운영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성을 훼손한다거나 문제를 지적하기에 이르다는 입장이다. 구의회와는 조만간 협의를 거칠 방침이라고 전했다.
구청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한 타 시·도에서는 민간위탁으로 원활하게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며 “정부 지침상 전체 인력을 늘릴 수 없어 사서직 정원을 늘리려면 다른 직군 인원을 줄여야 하는 만큼 이 같은 고육지책이 검토된 것”이라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