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운전했다”… 무면허로 사망 사고 낸 60대 2심서 감형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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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오토바이 운전자 치어
가해자, 병원 이송 전 딸 찾아
무면허라 “딸이 운전했다” 진술
2심서 유족 합의 등으로 감형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무면허로 교통사고를 낸 뒤 응급조치 없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며 70대 피해자를 숨지게 만든 6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춘천지검 강릉지원 형사1부 권상표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사,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범인도피교사,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1)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 씨는 올해 1월 9일 오전 10시 30분께 강릉시 신석동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오토바이를 타던 B(78) 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 씨는 119에 신고하지 않은 채 B 씨를 차량에 싣고 딸을 만났고, 딸에게 운전대를 맡긴 뒤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골든 타임을 놓친 B 씨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A 씨는 이후 “딸이 운전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CCTV 등을 분석한 결과 운전자는 A 씨로 밝혀졌다. 음주 운전 전력으로 면허취소 상태였던 A 씨는 피해자 유족과 경찰뿐 아니라 보험사에도 딸이 운전했다고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증거를 제시하며 추궁하자 그제야 범행을 시인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해 12월부터 A 씨가 무면허 운전을 일삼은 사실을 밝혀내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유족 진술 기회를 보장한 끝에 A 씨를 구속했다.

다만 범인은닉죄와 관련해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범인을 은닉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법규에 따라 딸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1심은 “피해자 유족을 위해 1억 원을 공탁하긴 했으나 무면허운전을 상습적으로 하다 피해자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발생시켜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A 씨는 “사고 직후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병원으로 이송한 뒤 경찰에게 인적 사항을 모두 제공했기에 도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싣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하지 않고, 운전자를 바꾸기 위해 상당한 거리를 돌아서 이동해 시간을 지체했다”며 “인적 사항도 ‘딸이 운전한 차량에 타고 있던 동승자’라며 연락처를 제공한 것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공탁에 이어 피해자 유족에게 추가적인 합의금을 지급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유족들이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감경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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