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꽁꽁 언 세밑 기부… 어려울수록 함께 온정 나누자
연말 ‘사랑의 열매’ 기부금 크게 줄어
계엄 후폭풍… 힘들 때 나눔 더 필요
연말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사랑의 열매’가 탄핵 정국으로 인해 꽁꽁 얼어붙었다. 최근 부산·울산·경남 등 각 지역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12월 1일부터 시작된 사랑의 열매 희망2025 나눔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에 대한 시민들의 동참 분위기가 예년보다 저조하다. 부산의 기부금 누계를 보면 지난 16일 기준 27억 7900만 원 정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억 2400만 원이 줄었다. 이러한 현상은 울산과 경남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소액 기부가 큰 폭으로 줄었다. 지속된 불경기에다 최근의 비상계엄, 탄핵 정국이 겹치면서 기부 심리마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해마다 어느 정도 목표에 도달하거나 초과 달성해 왔다. 올가을만 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기부 심리가 많이 위축돼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할 정도다. 여느 해 같으면 온도탑이 설치된 광장 주변으로 시민들이 오가며 마음을 나누었다. 하지만 올해는 시민들의 발길조차 뜸한 상태라고 한다. 이렇게 온정의 마음이 얼어붙은 이유는 경제적 불황과 최근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많은 시민이 당장 자신의 생계와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부라는 여유를 갖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랑의 열매는 매년 지역별로 유동 인구가 많은 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해 그해 모금 목표액 달성률을 온도로 표시한다. 모금 목표 금액의 1%가 모이면 1도씩 오르는 방식인데, 부산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사랑의 온도가 무려 4.8도 낮아졌다. 2020년 이후 부울경 지역의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인 100도를 모두 달성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목표액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여야의 다툼 등으로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여서다. 연말연시에 기업과 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의 기부 문화 분위기가 더욱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이다.
기부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다. 현재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계엄과 탄핵 등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겹쳐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수록 우리는 더욱 이웃을 돌아보고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기부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사회적 연대의 표현이다. 우리의 작은 정성이 모이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된다. 기부 문화 확산에 대한 지역사회의 깊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격려와 응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