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았다
김남석 문화평론가
국민 모두를 놀라게 한 12·3 계엄
과거부터 집권자 능력 의심케 해
"집권 명분으로 면죄부 줘선 안돼"
2024년 12월 3일 악몽의 시간은 거의 모든 사람을 침대에서 일으켜 세웠고, 그 이후의 시간을 혼몽의 시간으로 이끌었다. 이 땅에 사는 거의 모든 이들이 겪었던 고통이었기에, 그 충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부연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정작 기억해야 할 것은 제대로 말해지지 않는 것 같다.
묻고 싶다. 우리는 정말 몰랐을까. 그가 집권자의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걸맞은 자격을 근본적으로 겸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마지못해 비상계엄의 위법성과 탄핵 반대의 부당함을 인정하는 이들 중에는, 정말로 그가 그럴 줄 몰랐다는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정말 몰랐을까. 숫자상으로만 보면 절반 이상의 사람이 그를 반대하지 않았으니, 이 변명은 그럴듯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검찰총장으로서 행보나 대선주자로서 그의 신념은 그가 시종일관 자격과 능력을 검증받은 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다시 몰랐다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런데도 몰랐느냐고.
많은 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만 모른 척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아마 그런 것쯤은 상관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고 당을 여당으로 만들고 자기 지위를 더욱 높여주고 평소 믿음을 더 강고하게 만들기만 한다면, 그다음에 벌어질 일쯤은 눈감아도 상관없다고 여긴 것은 아닐까.
진작부터 그와 그의 부인에게 향했던 의심과 불의의 눈초리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갖추고 있었다. 그는 조금씩 권력에 접근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과 능력을 동원하여 의심의 눈초리를 무마하고 제거하여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도록 지워나갔다는 사실은 이를 더욱 확고하게 입증했다. 그런데도 그를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
그가 차기 대권을 쥐어야 한다는 맹신에 가까운 믿음은 그에게 사전에 면죄부를 허락해 주었고, 그에게 향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다수의 힘으로 누를 수 있는 특권을 확보해 주었다. 대권을 쥐고 안 쥐고는 그다음이었고, 그를 믿는다는 많은 사람들은 사전에 면죄부부터 수여했다. 그렇다면 비상계엄으로 사람들의 안위와 권리까지 직접적으로 위협할 지를 몰랐다는 주장 역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적지 않은 대권 후보자가 사전에 면죄부를 발급받았다. 신통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일사불란하게 후보자를 향한 관용과 이해가 사전에 베풀어졌고, 집권 이후 실정이 반복되면 그때의 허락을 ‘설마 그가 그럴 줄 몰랐다’는 말로 바꾸었다. 게다가 그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그때는 몰랐기 때문에 용인할 수 있고 이제는 알았기 때문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생겨나 천연덕스럽게 유통되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그 논리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전두환은 우리가 뽑지 않은 이라서 예외라 한다고 해도, 이명박이나 박근혜는 분명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았다’는 논리로 선출되었다가 당연하다는 듯 처벌된 이들이다. 과거에 그들을 뽑기 위해 사전에 면죄부를 주었다가 이후 그들을 몰아세운 방식 그대로, 윤석열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면죄부와 특권을 허락한 바 있다. 그런데도 그때는 몰랐다고, 진짜 몰랐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분명 윤석열은 그 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 어쩌면 그가 선택한 말로 ‘처단’될 수도 있다. 정작, 문제는 그다음이다. 우리는 미래는 모르겠고 지금은 괜찮다는 논리로 능력 없고 자격 없는 후보자에게 여전히 면죄부부터 수여하고, 집권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다시 그를 선출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또 다른 비상계엄과 네 번째 탄핵을 반복해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