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양플랜트서비스산업협회' 출범 의미와 기대
홍기용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소장
우리나라 해양플랜트 산업은 1980년대부터 조선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드릴십·FPSO(부유식 복합생산 시스템)와 같은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수요를 충족하며 성장해왔지만, 최근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새로운 요구 속에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해양 개발’이라는 글로벌 과제도 함께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존 대형 조선사 주도의 해양플랜트 건조업과 더불어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이란 해양플랜트 전 생애주기 중 건조를 제외한 운송, 설치, 시운전, 운영, 유지 보수, 개조, 해체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산업으로, 해양플랜트 관련 전체 부가가치의 절반 이상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이러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별 전문성과 기술력은 물론, 산업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국내에서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14.3GW(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가 2030년까지 추진될 예정이다. 약 100조 원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국내 해양플랜트 관련 기업들이 기존 Oil & Gas(석유 및 가스) 중심의 시장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절호의 기회이다. 탄소중립이 실현될 때까지 이 시장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확대될 것이다.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노후 해양플랜트 해체·개조 시장 역시 주목해야 한다. 약 135조 원 규모로 평가되는 이 시장은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환경 부담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국내 기업들이 독창성과 협력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제시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탄소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을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전환하려는 개조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올해 4월 국내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약 56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한 사례는 이러한 변화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는 기회와 동시에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있고, 첨단 기술 개발과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해양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인력 양성, 다양한 산업분야 간의 협력, 그리고 거친 해양 환경에서의 작업에 필수적인 대형 인프라의 확보가 시급하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양플랜트서비스산업협회’가 출범했다. 협회는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정부 부처 등 관계 기관을 연결하는 허브로서, 업계가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여,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새로운 산업에 국내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설립되었다.
협회는 회원 상호 간의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산업 활성화와 인식 제고를 위한 연구 및 홍보 활동을 수행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인증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계의 인력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금융보증, 공동 인프라 확보, 산업진흥 법제화 등 숙원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동남아 등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가적 탄소중립을 위한 해저 탄소 저장,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해양 탐사 및 관측, 인류의 해양공간 확장을 위한 해상도시와 해저기지, 대양의 심해자원 개발 등 향후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계가 담당해야할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협회 창립을 지렛대 삼아 산업계와 관계 기관이 긴밀히 협력한다면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이 국가 경제와 글로벌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견인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