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에 기름 부은 탄핵…“지역 부동산 침체 길어질 것”
임대차 3법 등 공약, 동력 상실
재건축·재개발 속도 내기 힘들어
환율 상승 리스크 건설 업계 압박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지역 건설·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한층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12일 열린 ‘주택 공급 공공기관 간담회’에서 “내년 공공주택은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 2000가구 공급(인허가 기준)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을 앞두고 현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흔들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정치 상황과 관련 없이 당초 목표를 추진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다음 정부 출범 때까지 행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보니 다양한 경제 위기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추진하던 주택 공급 사업은 물론 법안 개정까지 공회전만 하다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의 전면 재검토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다. 현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수장인 원희룡 전 장관은 임대차 2법에 대해 “폐지에 가까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대수술을 예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제도 개선안은 반년 가까이 정부 내에서 잠자고 있다.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이 의제는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폐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현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던 부동산 정책들도 제자리에 멈춰설 가능성이 높다.
동아대 강정규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관련 규제나 세제 완화 정책이 정치적 이슈에 휘말려 국회를 통과하기가 매우 어려워지면서 지역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제 속도를 못 낼 우려가 높아진다”며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부산지역의 경제 펀더멘털이 이번 사태로 더욱 약화된다면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점차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불안정성은 다소 완화됐지만 환율이나 증시는 여전히 리스크를 안고 있다. 앞으로 환율이 계속 치솟는다면 매출원가와 분양가 등이 동반 상승, 건설 업계는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시멘트나 레미콘 등 핵심 원자재는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공사비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며 “공사비가 상승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과의 마찰도 한층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1군 건설사들도 원자잿값 상승에 커다란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는데, 지역 건설사들의 상황은 말도 못 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주요 투자자나 건설사들은 부산을 비롯한 지방 사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마땅한 일감이 없다”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