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문화시선] 기관장 인사 구태 반복되나
문화부 선임기자
연말 뒤숭숭한 정국만큼이나 부산 문화계도 어수선하다. ‘2+1 책임 임기제’를 통해 내년 1월 중 3년 임기가 만료되는 이미연 부산문화재단 대표와 김진해 영화의전당 대표 후임에 박형준 시장 선거캠프 출신의 A 씨와 B 씨 기용설이 돌고 있다. 박 시장 임기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문화 공공기관장에도 ‘보은 인사’ 논란이 재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기초지자체 문화예술회관인 부산 사하구 을숙도문화회관 홍희철 관장은 이달 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사하구는 후임을 찾는 개방형 직위 임용 공고를 내지 않아 4년 만에 ‘도로’ 공무원 체제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산적한 문화예술행정 현안과 발전 없는 부산문화는 결국 비전 없는 인선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푸념마저 나오고 있다.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문화재단과 영화의전당 대표는 현직 재도전 의사를 주위에 공공연히 알렸으나, 최종적으로는 2명 모두 차기 대표 인선에 응하지 않았다. 박 시장 측근이 거론되면서 두 사람도 재도전 의사를 접었다는 전언이다. 현재 두 기관은 A·B 씨 등 새롭게 지원한 후보를 대상으로 서류 심사와 면접 등 임원추천위원회 절차를 밟고 있다. 내주께 최종 후보자 2배수를 박 시장에게 천거할 것으로 보인다.
사하구는 지난여름 을숙도문화회관 홍 관장에게 올 12월 말로 4년 임기를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이후 사하구는 후임 인선 공고를 내지 않았을뿐더러 최근 〈부산일보〉가 입수한 2025년도 본예산 예산안 중 행정운영경비(을숙도문화회관)에 지난해까지 포함됐던 관장 인건비가 몽땅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무늬만 개방형 직위제를 유지한 금정문화회관장 임명에 이은 전면 폐지인 셈이다.
홍 관장은 2021년 사하구가 을숙도문화회관장을 개방형 직위 공모로 바뀌면서 처음 선임된 지역 예술인(지휘자) 출신 관장으로 기대를 모았다. 홍 관장에 대한 지역 사회의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어렵사리 도입한 개방형 직위가 구청 공무원 보직으로 원상복구 된다는 점은 애석하다. 퇴임을 얼마 안 남기고 사무관으로 승진한 공무원의 무사안일 보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 문화예술인은 “문화는 스스로 자라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람의 공력으로 이루어지는 분야”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일반 공무원이 아닌, 예술전문행정가를 기용하는 이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단순히 예술과 관련된 사무 행정 업무를 본다는 의식구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부산문화 발전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미래 전망은 제대로 된 인선이 출발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