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생명 위험에 빠뜨릴 것”
동계올림픽 일정과 겹쳐 반발 예상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3개국
2030년 유럽·아프리카 공동 개최
호날두 “가장 특별한 대회 될 것”

2030년 FIFA 월드컵은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가 공동 개최하고, 2034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다. 2034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확정된 사우디아라비아. EPA연합뉴스

조국 포르투갈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것을 기뻐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EPA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단독 개최지로 확정되면서 인권과 일정 등에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FIFA는 11일(현지시간) 211개 회원국이 참가한 임시 총회에서 2030년과 2034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안건을 의결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2030년 대회는 유럽의 스페인·포르투갈, 아프리카의 모로코 3개국이 공동으로 개최하고, 2034년 대회는 사우디에서 열린다. 두 대회 모두 단독 후보여서 사실상 개최가 이미 확정된 상황이었다.

2030년 대회의 경우 FIFA는 지난해 10월 평의회에서 3개국을 공동 개최국으로 선정했다. 아울러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남미의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도 총 104경기 중 1경기씩을 치르기로 해 3개 대륙 6개국에서 대회가 열리게 됐다.

월드컵의 시작인 1930년 제1회 대회 개최국인 우루과이에서는 100년 전 대회 경기장이었던 몬테비데오의 에스타디오 센테나리오에서 개막전이 치러질 예정이다.

이로써 월드컵은 북중미의 미국·캐나다·멕시코가 함께 하는 2026년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3개국 이상이 공동 개최한다.

비록 공동 개최이긴 하지만 포르투갈에서 월드컵을 치르는 것은 2030년 대회가 처음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나스르)는 2030년 월드컵을 조국 포르투갈이 공동 개최하게 되자 “가장 특별한 대회가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 올해 만 39세인 호날두가 2030년 월드컵을 선수로 뛸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그는 “꿈이 이뤄졌다. 포르투갈은 2030 월드컵을 개최해 우리를 자랑스럽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드컵에서 5개 대회 연속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호날두가 유일하다.

2034년 월드컵은 당초 공동 개최 의사를 밝힌 호주·인도네시아와 사우디 간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가 사우디 지지를 선언하고, 이후 호주도 대회 유치에 나서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후보가 사우디만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대륙 안배 차원에서 “2034년 월드컵은 아시아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혀 사우디의 유치를 사실상 인정했다.

여성 인권과 언론 탄압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사우디가 ‘축구를 이용해 이러한 비판을 잠재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연이어 제기됐지만, FIFA는 결국 사우디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관계자는 “적절한 인권 보호가 마련되지 않은 채 2034년 월드컵 개최권을 사우디에 주기로 한 FIFA의 무모한 결정은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회 일정도 논란이다. 일반적으로 월드컵은 여름인 6~7월에 개최된다. 하지만 중동의 더위 때문에 사우디 대회는 겨울에 치러질 전망이다. 역대 최초로 중동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도 비슷한 사정으로 그해 11~12월 치러졌다.

사우디는 이미 2034년 하계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는데, 이 대회는 11월 29일부터 12월 14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월드컵은 연초인 1월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034년 2월 미국 솔트레이크에서 동계 올림픽이 개막한다. 일정이 겹칠 가능성이 충분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크리스토프 두비 수석국장이 최근 “현 단계에서 동계올림픽과 월드컵을 병행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고 했지만, 겨울에 프로축구 시즌이 한창인 유럽 등을 중심으로 일정에 대한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