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뇌혈관이 위험하다…고혈압 있다면 더 조심
[겨울철 불청객 뇌졸중 주의보]
추위에 혈관 수축하고 혈압 상승
혈전 쉽게 생기고 쌓여 혈류 차단
만성질환 고령자, 발병 더욱 취약
골든타임 내 재개통 치료가 관건
외출 자제하고 체온 조절에 유의
정기 검진·생활습관으로 위험 ↓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뇌혈관질환은 사망률이 높고 치료가 끝나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질환이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발병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특히 고령자와 고혈압을 비롯한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봉생기념병원 뇌졸중센터 신재용 센터장의 도움말로 겨울철 뇌졸중의 위험성과 건강 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사망자 1월 최고·3월까지 높아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서(뇌출혈) 뇌 영역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뇌경색은 주로 혈관에 기름때(혈관 죽상반)가 쌓여서 좁아진 부분에 혈전(피떡)이 생성되어 혈관을 막을 때 발생한다. 뇌출혈의 주요 원인은 급격한 혈압 상승이다.
겨울철에는 찬 공기로 몸의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한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혈관에 과도한 부담을 줘서 뇌졸중 발생 위험이 커진다. 추운 날씨 때문에 신체 활동이 감소하는 반면 모임 등으로 고칼로리 음식이나 알코올 섭취가 늘어나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신재용 센터장은 "추위에 노출되면 혈액의 점성이 높아져 혈전이 쉽게 발생하게 되고, 추위에 수축된 뇌혈관에 혈전이 쌓이면 혈류가 차단돼 뇌경색과 뇌출혈과 같은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2009년부터 10년간 통계를 보면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0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1월에 정점을 이루고 일교차가 큰 3월까지 높게 나타나는 추세다.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도 하락할 때마다 뇌졸중 위험이 약 1~2%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신 센터장은 "특히 고령자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혈관 위험인자인 만성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겨울철 혈압 상승과 혈전 생성으로 인한 뇌졸중에 더욱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60세 이상은 기온 차에 따른 뇌졸중 발병률이 젊은 층보다 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령화로 뇌졸중 발생은 더욱 늘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의 '한국뇌졸중등록사업 뇌졸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뇌졸중 발병 평균 연령은 남성 66.3세, 여성 72.5세였고, 85세 이상 환자 비율은 2012~2014년에 비해 남녀 모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뇌졸중 환자의 혈관 위험 인자 유병률을 보면 고혈압이 67.0%에 달했고, 당뇨병 34.3%, 이상지질혈증 42.5% 순이었다.
뇌졸중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을 사전에 숙지하고 발생 즉시 응급실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뇌경색의 증상은 의식 변화, 갑작스러운 한쪽 팔이나 다리의 마비, 언어장애, 얼굴의 비대칭 등이 있다. 뇌출혈은 심한 두통, 구토, 갑작스러운 의식 소실 등이 나타난다.
■갑자기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뇌졸중은 치료가 늦어지면 후유 장애의 위험도 높아진다. 반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다시 흐르게 뚫어주는 재개통 치료를 받으면 발병 전 상태 또는 장애를 크게 인식하지 않는 수준으로 호전될 수 있다.
뇌졸중 팩트시트에 따르면 허혈뇌졸중 환자가 증상 발생 후 3.5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한 비율은 26.2%에 그친다. 재개통 치료율은 병원에 늦게 도착할수록 급격히 떨어져서 4.5시간 이내 도착일 때 42.0%, 4.5~24시간과 24시간 초과 도착일 때 각각 10.7%, 1.5%로 나타났다.
겨울철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온 조절이 중요하다. 기온이 급격히 낮아질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운동은 기온이 올라가는 낮에 한다. 외출을 할 때는 물론 실내에서도 따뜻한 옷을 입고 몸이 차가운 공기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위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평소에는 선행질환 관리와 건강한 생활습관이 뇌졸중을 막을 수 있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점검하고,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 흡연과 기름지거나 짠 음식,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통곡물, 채소, 콩,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는 건강한 식단을 지킨다. 매일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 적정한 체중과 허리 둘레 유지도 중요하다.
봉생기념병원은 2022년 10월 뇌졸중 집중치료실을 개소하고, 전원 대한신경과학회 급성 뇌졸중 진료 인증의인 신경과 진료과장 6명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치료를 제공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하는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10회 연속 1등급을 달성하기도 했다.
봉생기념병원 뇌졸중센터 신재용 센터장은 "고령화로 뇌졸중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겨울철에는 기온 변화로 인한 혈압 급상승과 혈관 수축으로 발병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며 "기온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고 평소에 혈압을 꾸준히 관리하면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겨울철 뇌졸중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