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우면 수면양말? 수족냉증은 더 추워져요 [궁물받는다]
겨울이 되면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바로 수족냉증인데요. 기온이 조금만 떨어져도 손발이 시리고, 장갑을 착용하거나 수면양말을 신으면 땀이 나서 도리어 더 차가워지기만 합니다. 특히 외출해서 바람까지 맞으면 얼음처럼 꽁꽁 굳어버리는데,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요?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홍지만 교수에 문의해봤습니다.
-수족냉증이란?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나 온도에서도 손발이 차다고 느끼는 증상을 수족냉증 이라고 한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과 겨울에 환자들의 방문이 부쩍 많아지곤 하지만, 한여름에도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에 손발이 차가워지는 경우도 있다.
-진단이 가능한 ‘병’인가?
수족냉증은 진단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원인이 되는 질환과 그에 따른 증상으로 이해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지럼증의 원인이 빈혈일 수도 있겠지만 공복상태, 저혈당, 저혈압, 이석증, 뇌경색 같은 뇌혈관질환들도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수족냉증에 걸리는 이유가 있다면
현재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원인은 없지만 가장 흔하게 알려진 것은 '레이노병'이다. 수족냉증을 일으키는 질환의 약 20-30%를 차지한다. 일반적인 수족냉증 증상과 함께 추위에 노출되거나 심한 진동 자극에 의해 손가락이 흰색이나 자주색, 푸른색으로 변하게 된다.
말초동맥 폐쇄질환의 대표적인 질환인 버거씨병과 말초신경 질환인 다발성 말초 신경병증, 손목터널증후군도 손발 시림과 냉감을 호소하는 대표적인 원인 질환으로 꼽힌다. 특히 당뇨 환자라면 합병증으로 인한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다른 검사보다는 우선적으로 신경학적 진찰을 한 후 필요한 부위에 신경전도 및 근전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수족 다한증 환자들도 손발이 차가운 증세를 호소하는데, 계절에 따른 변화없이 항상 증상이 나타나므로 일반적인 수족냉증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수족냉증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나?
날씨가 추울수록, 잠을 잘 못 잘수록,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찬물에 닿을 때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남성보다는 출산 이후 중년 및 갱년기의 여성, 과체중보다는 저체중인 분들이 주로 많다. 술과 담배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수족냉증을 많이 호소하신다.
-수족냉증을 치료하려면.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첫번째다. 그리고 증상을 유발하는 추위, 찬바람, 찬물을 피하는 것이 좋다. 생활 습관에서도 교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쌀쌀한 날씨에는 몸 전체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두꺼운 한 벌의 외투보다 내복을 입고 몸을 압박하지 않는 편안한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좋다. 마스크, 귀마개, 목도리를 사용하고 꽉 끼는 청바지나 부츠는 피하는 것을 권한다.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라면 혈관을 수축시킬 수 있는 편두통 약물을 복용 중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고혈압 약제인 베타차단제는 손발을 차갑게 할 수 있으며, 과다한 진통제 복용은 체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손발 시림을 유발할 수 있다.
-양말이나 장갑을 착용하면 오히려 더 추워지던데.
모든 수족냉증 환자가 손발에 땀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하게 손발에서 땀이 나는 국소 다한증 환자들도 있다. 땀이 몸 밖으로 배출이 되면 기화가 되며 땀이 마르는데, 이 과정에서 피부의 열이 흡수돼 손발이 더 차가워질 수 있다. 불편하더라도 더 차가워지지 않도록 자주 닦아 주는 것이 좋다.
-실생활에서 몸을 따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수족냉증에 좋은 음식이 뭐에요?” 라는 질문을 환자들에게 자주 받는데, 좋은 음식을 찾기 보다 안 좋은 음식을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찬 음료는 가급적 피하고, 혈관수축을 유발할 수 있는 카페인 음료 섭취를 줄이자. 기름지고, 짜고, 단 음식도 고혈압 및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을 권유한다. 흡연자라면 원인이자 악화 요인인 담배를 끊어야 좋아질 수 있으니, 반드시 금연하시기 바란다. 술은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라갈 수 있지만 폭음은 체온 조절 및 신경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삼가해야 한다.
약 40도 물에서 반신욕이나 수욕, 족욕으로 몸을 편안하게 해주도록 하여 기초 체온을 높이는 것도 좋다.
스트레스와 수면부족, 심한 불안감도 교감신경계의 항진을 유발해 혈관을 수축하게 만든다. 규칙적인 운동과 즐거운 취미 생활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노력하자.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 상관없이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불안제나 수면제의 복용은 의사나 환자 모두 처음부터 처방을 원하진 않지만 필요한 경우 관련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서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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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