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근손실’, 중년기 ‘내장 지방’은 치매 위험 요인
70대 이상 근감소증, 위험 60% ↑
40~50대 내장 지방은 뇌 악영향
노년기에 근감소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60%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년기의 내장 지방이 노년의 치매 발병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도 소개됐다.
지난 1일부터 5일(현지시각)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영상학회(RSNA) 연례 회의에서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카미야 모라디 박사팀과 워싱턴대 의대 말린크로트 방사선학연구소 연구팀은 각각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카미야 모라디 박사팀은 치매가 없는 70세 이상 노인들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측정한 측두근의 양과 치매 발병 위험 간 관계를 평균 5.8년간 추적했다. 머리에 있는 측두근은 아래턱을 움직이는 데 사용되는 근육이다.
연구팀은 측두근 손실을 골격근 손실의 척도로 보고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지를 살펴봤다. 뼈와 연결돼 다양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골격근은 체중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한다. 치매 노인에게서도 근손실이 흔히 나타난다.
연구팀은 다른 신경학적 질환으로 이미 뇌 MRI를 촬영한 70세 이상 치매가 없는 노인 621명(평균 연령 77세)을 대상으로, 뇌 MRI 사진을 통해 측두근의 크기를 측정한 다음 AD(알츠하이머) 치매 발병률, 인지 및 기능 점수 변화, 뇌 부피 변화 등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 골격근이 작은 노인은 다른 위험 요인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AD 치매에 걸릴 위험이 골격근이 큰 사람들보다 약 6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추적 기간에 기억력 종합 점수와 기능 활동 점수가 더 많이 떨어지고, 구조적 뇌 용적 감소 폭도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모라디 박사는 “이 연구는 골격근 손실이 치매 발병에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한 첫 종단 연구”라며 “일반적인 골격근 상태의 지표로서 측두근 크기를 측정하면 노인들의 치매 위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회에서 말린크로프 방사선학연구소 연구팀은 AD 치매 환자의 특징인 비정상적인 뇌 단백질과 체지방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 49.4세인 40~50대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뇌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신체 MRI, 포도당·인슐린 등 대사 평가, 지질 검사 등을 실시하고, 복부 MRI 스캔을 통해 피하 지방과 내장 지방의 양도 측정했다.
연구 결과 내장 지방 수치가 높을수록 뇌에서 AD 치매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높은 체질량지수(BMI)가 아밀로이드 축적에 미치는 영향의 77%를 차지한다고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내장 지방이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최대 20년 전인 중년기부터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연구를 이끈 사이러스 라지 박사는 “장기 비만이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면 생활 습관을 바꾸거나 적절한 약물 투여를 통해 AD 치매의 부담과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