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차기 대한축구협회장에게 바란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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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현철 스포츠부장

25일부터 후보 등록, 내년 1월 선거
정몽규·허정무·신문선 ‘3파전’ 양상

2013년 이후 12년 만에 경선 전망
정 회장, 4선 도전 반대 목소리 높아

협회 독단적 운영·집행부 무능 여론
개혁과 소통 이끌어낼 지도자 필요

내년 1월부터 한국 축구계를 이끌 차기 대한축구협회장을 뽑은 선거가 국민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내년 1월 8일 열리며, 이달 25∼27일 후보 등록이 진행된다. 새 회장 임기는 내년 1월 22일 정기총회부터다.

8일 현재까지 회장 출마 의사를 내비친 후보는 정몽규 현 축구협회 회장과 허정무 전 축구 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 3명이다.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경선이 치러지게 된 건 정 현 회장이 처음 당선됐을 때인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그해 1월 28일 진행된 선거에서 정 회장은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김석한 전 전국중등축구연맹 회장, 윤상현 의원 등을 제치고 당선됐다. 이후 2, 3선을 할 땐 홀로 입후보해 경선 없이 당선됐다.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인 정 회장은 축구계의 논란 속에 4선 도전에 나선다. 1994년 울산 현대(현 HD) 구단주를 시작으로 30년 동안 축구계와 인연을 맺어왔다.

축구협회에 여러 방면에서 재정 기여를 할 수 있는 기업가인 데다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산하 단체장, 시도협회장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 선거전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인기 측면에서는 불리한 점이 너무 많다. 축구협회가 불투명한 행정과 무능력으로 질타의 목소리를 받아온 가운데 홍명보 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마저 터졌다. 정 회장은 이제 ‘무능의 아이콘’으로 인식된다. 만약 축구인들이 정 회장을 선택한다면 축구계 전반에 대한 팬들의 실망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이런 여론에 축구인들이 얼마나 반응할지가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허정무 전 감독은 반대로 인기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정 회장보다 나아 보이지만, 한 해 예산이 1000억 원을 훌쩍 넘는 거대 단체인 축구협회를 이끌 능력이 과연 있는지를 두고 우려의 시선이 많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출마 기자회견에선 구체적인 방안 없이 시도협회 재정 자립,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부활 등 당장 실현이 어려워 보이는 공약을 늘어놔 기대를 밑돌았다. 다만, 경기인으로서나 축구협회 행정가로서나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온 점은 허 전 감독의 확실한 강점이다.

그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2013∼2014년 축구협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행정가로 변신해 2015∼2019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거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으로 일했다.

방송 해설가와 프로축구단 사장 등을 지낸 신문선 교수는 현재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신 교수는 1983년부터 유공 축구단에서 선수로 3시즌을 뛴 뒤 일찍 현역에서 은퇴했고, 1986년부터 방송 해설가로 활동하며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2011년부터는 명지대 교수로 일했고 2014년엔 성남FC 대표이사를 맡아 축구 행정가로도 경력을 쌓았다. 2017년엔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선거에 나서 첫 ‘경기인 출신 총재’에 도전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3파전 양상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와 이슈는 정 회장의 4선 도전을 반대하는 국민적 목소리다. 국민의 60% 이상이 정 회장의 4선 도전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축구 콘텐츠 업체 ‘달수네라이브’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한 결과, 정 회장의 4선 도전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61.1%로 나타났다. 4연임에 찬성하는 비율은 22.3%였으며, 16.7%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정 회장의 책임론이 나오는 주된 이유에 대해선 ‘독단적인 운영 체계’라는 응답이 30.8%였고, 집행부의 무능력·무원칙(27.1%),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16%),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8.6%) 등이 뒤를 이었다.

부산시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대한축구협회가 변해야 한다. 정 회장과 현 집행부가 협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해온 것이 사실이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해 차기 회장은 축구계의 산적한 현안과 협회 행정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개혁과 변화,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갖춘 후보가 당선돼야 할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축구 발전을 위한 격차 해소에 힘쓰고, 협회 내부 운영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묘수를 가진 지도자가 차기 회장이 돼야 할 것이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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