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윤의 비욘드 아크]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럭키비키!
(주)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22대 국회 여야 협치로 재발의
계엄 사태로 연내 처리 어려워
실효적 계획 수립 시간은 번 셈
시 총괄건축가 역할 확대 필요
1년 전 오늘(2023년 12월 6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 시민의 꿈과 도전’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국토부 장관과 부산시장을 비롯한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경제계에서도 삼성전자, SK, LG그룹, 한화그룹, HD현대, 한진그룹, 효성그룹 등 한국 재계의 회장 혹은 부회장과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참석했다.
그야말로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특별법 범정부 거버넌스’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올해 초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으로 1월 25일 발의됐다. 이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회기 종료로 폐기되고, 22대 국회 개원 이후 부산지역 국회의원 18명 전원이 공동으로 참여해 여야 협치 1호 법안으로 재발의됐다. 하지만 여야 정쟁으로 인해 입법 공청회도 열지 못한 상태에서 어쨌든 연내 통과를 목표로 사활을 걸고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여파로 연내 처리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계엄 사태로 우선순위가 바뀌어 국회에서 지역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는 언제 가능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은 부산을 싱가포르나 중국 상하이 같은 국제자유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으로, 제1조 목적을 보면 ‘이 법은 부산광역시를 물류, 금융 및 디지털·첨단산업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허브도시로 조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반 조성 및 특례 등에 관하여 규정함으로써 남부권 혁신거점 구축을 통한 대한민국 균형발전 및 국가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개발을 넘어 국가적 의미를 지닌다. 부산 전역에 규제 혁신과 특례를 부여해 물류, 관광, 금융, 첨단 산업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 자원을 분산하고 부산을 중심으로 한 남부권이 국가경쟁력을 보완하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기회다.
대한민국은 저출생에다 오랫동안 수도권 일극화로 인해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은 단순히 부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다. 특히 가덕신공항 건설, 금융중심도시, 북항재개발 등 대규모 프로젝트는 국제적 인재와 기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전략적 경제 정책과 세제 혜택을 통해 금융, 물류, 첨단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 잡았다. 경제 자유화 정책과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이 성공의 핵심이었고, 두바이는 자유무역지대를 통해 외국 기업에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 혜택을 제공하며 국제 비즈니스 중심지로 발전했다. 중국은 선전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개방 정책과 특혜를 부여, 글로벌 제조와 기술 허브로 성장시켰다. 이들 사례는 법적 지원과 정책적 요인이 지역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지금의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부산의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은 부산시장이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하고 부산시민 모두가 한목소리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통과를 외치게 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비전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이 하루라도 빨리 통과됐으면 좋겠지만, ‘럭키비키’라 생각하자. ‘럭키비키’의 핵심은 초긍정적 사고방식으로, 아이돌 그룹 아이브(IVE)의 멤버 장원영에게서 유래한 말이다. 유명 빵집에서 빵을 사려고 줄을 섰다가 하필 자기 앞에서 빵이 떨어졌는데, 장원영은 실망하는 대신 “덕분에 갓 나온 따끈한 스콘을 살 수 있었다”며 “역시 난 럭키비키야”라고 자랑했다고 한다. 럭키는 행운(Lucky), 비키는 장원영의 영어 이름 비키(Vicky)다. 그러니까 ‘럭키비키’는 ‘운 좋은 비키’다. 보통은 “왜 하필 내 앞에서 빵이 떨어졌냐”며 투덜거리며 돌아갈 상황이지만, 조금 기다린 덕에 갓 나온 빵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초긍정의 힘이다.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통과를 조금 더 기다린 덕에 부산시가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종합적인 방향 설정을 면밀히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자. 단순히 법적 틀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간과 공공의 협력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때마침 11월 25일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가 부산시 제3대 총괄건축가로 위촉됐다. 우 교수는 부산 출생으로 부산의 대학 강단뿐 아니라 건축계에서 오랫동안 신뢰받아온 건축가라 더욱 기대가 크다. 지속가능성과 혁신, 공공성과 민간 협력을 바탕으로 도시 부산의 미래를 만드는 계획을 위해 총괄건축가 역할의 확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