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원중 “짧게 자른 머리카락은 내년 시즌 나의 다짐”
구단과 4년 총 54억 원 FA 계약
5년째 ‘장발 클로저’로 숱한 화제
FA 체결 당시 말끔한 모습 눈길
머리카락, 소아암 가발 제작 기부
롯데서 더 뛰고 싶다는 약속 지켜
소속사 “이런 선수는 처음” 놀라
“내년 가을 야구 진출 위해 최선”
“머리를 기를 때나 자를 때나 늘 다짐을 합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최고 마무리 투수 김원중의 머리가 또 다시 핫이슈가 됐다. ‘거구의 삼손’, ‘장발 클로저’, ‘치와와 투수’ 등으로 불리던 그가 공들여 기른 머리를 단번에 잘랐기 때문이다.
김원중은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한창이던 지난달 10일 소속팀 롯데와 4년간 총액 54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긴 장발의 김원중이 아닌 말끔하고 단정한 헤어스타일의 김원중이 모습을 드러낸 것. 팬들은 놀랐고, 그 이유가 궁금했다. 시즌을 마치고 고향인 광주에서 개인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김원중은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머리카락을 잘랐다. 긴 머리카락은 이제 놓아줄 때가 됐다”며 “다시 한 게임 한 게임 간절하게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내년 시즌에 대한 굳은 결의가 엿보였다.
김원중이 5년째 머리를 기른 것도 마찬가지로 다짐에서 비롯됐다. 마무리 투수를 맡기 시작한 2020년 그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로 머리를 길렀다. 머리를 기르면 분명 이런저런 말들이 많을 테니 이런 말이 안 나오게 경기에 보다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김원중은 “머리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고, 혹시 나올 이런저런 말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멘탈을 잡자는 의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처음 머리를 기를 때 팬들의 관심이 많았다. 190cm가 넘는 큰 키와 준수한 외모로 팬들의 사랑을 받던 그였기에 머리를 기르고 몸집까지 키우자 팬들은 ‘삼손 김원중’으로 부르며 응원했다. 김원중은 기복이 있던 선발 투수 때와는 달리 마무리 투수로 전향하면서 ‘롯데의 수호신’으로 자리잡았다.
마무리 전환 첫 시즌인 2020년 김원중은 25세이브를 올리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21시즌에는 35세이브로 오승환(44세이브·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세이브 부문 2위에 올랐다. 김원중은 2022시즌은 부상 여파로 63경기 2승 3패 17세이브 평균자책점 3.98로 아쉬웠지만, 2023시즌 63경기 5승 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7로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올 시즌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원중은 56경기에 출전해 3승 6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5로 준수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이 좋지 않았다. 블론세이브가 무려 6차례나 됐고, 승률(0.333)도 마무리 투수를 맡은 이후 가장 저조했다. 지난 7월은 김원중에게는 악몽 그 자체였다. 한 달 동안 단 한 차례의 세이브를 올리지 못했고 5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김원중은 당시를 생각하며 “정말 힘든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슬럼프가 길어지다 보니 ‘슬럼프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다. 처음에는 빨리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답을 찾았다.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원중은 “100번이면 100번 다 잘 할 수가 없는 게 사람이기 때문에 슬럼프를 빨리 받아들이면서 준비를 더 잘하려고 했던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원중은 장발일 때도 중간 중간 머리카락을 조금씩 자르긴 했다. 자른 머리는 소아암으로 투병하는 어린이들의 특수 가발 제작에 기증했다. 그러던 김원중이 FA 계약과 함께 말끔하게 머리카락을 잘랐다. 물론 다짐과 함께였다. 김원중은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올 시즌 잘 마쳤고, 내년 시즌을 위한 변화나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FA 계약도 있고 해서 내년 시즌 보다 좋은 모습을 다짐하면서 자르게 됐다”고 밝혔다.
김원중은 긴 머리와 짧은 머리 둘 다 좋아한다. 그는 “긴 머리는 관리하기가 어렵지만 야구장 안에서 독특함이란 장점이 있고, 짧은 머리는 야구장 밖에서 좋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원중의 FA 계약 당시 이야기도 화제다. 그는 FA 자격을 얻었을 때 롯데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있었다. 김원중의 소속사가 ‘FA 대박’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더 많은 액수를 제시한 구단으로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실제로 타 구단에서 더 많은 액수 제의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김원중은 소속사에 “롯데에 남고 싶으니 롯데와의 협상에만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소속사 측에서도 김원중의 요청에 의아해 했다는 후문이다. 김원중은 “소속사에서 저 같은 선수 처음 본다고 말했어요. 그래도 난 롯데에 남고 싶었습니다. 롯데 마무리 투수가 멋있지 않습니까”라며 “어디 안 가겠다고 팬들에게 약속 드렸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던 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털어놨다.
광주에서 태어나 동성고를 졸업한 김원중은 부산을 홈 구장으로 한 롯데와는 연고가 없다. 그러나 학창시절부터 롯데를 좋아했고, 프로 지명을 받기 전부터 롯데는 고향팀 KIA와 더불어 가장 가고 싶은 팀이었다. 그리고 롯데에 지명을 받으면서 꿈을 이뤘고, 롯데의 ‘뒷문’을 지키는 든든한 클로저로 거듭났다.
김원중은 “최고의 팬들을 뒤에 두고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롯데 선수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 어릴 때부터 롯데에 매력을 느꼈던 부분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원중은 롯데 구단 최초로 100세이브를 달성했고, 매번 승리를 지킬 때마다 구단 최다 세이브 기록을 늘려가고 있다. 그렇지만 김원중의 내년 시즌 목표는 개인 보다는 팀 성적에 있다. 김원중은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 성적이 첫 번째이다. 팀이 내년에는 오래 야구를 할 수 있는 게 저의 최고 바람”이라며 “내년 시즌 부상없이 최대한 많이 출장해 팀이 가을에도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말끔한 모습으로 마운드에서 환호하는 김원중의 모습을 팬들은 벌써 기다리고 있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